한국경제 디플레 전망은 엇갈리지만… 전문가 “저물가 대응 시급” 한목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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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10년불황 비상벨 소리]
물가상승률 25개월째 年2% 밑돌아… 성장둔화-소비감소 고착화 우려

최근 한국경제가 저성장·저금리뿐 아니라 ‘장기간의 저물가’라는 익숙지 않은 상황과 맞서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12년 11월 이후 지난달까지 25개월째 연 2%를 밑돌면서 조만간 일본식 디플레이션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물가상승률이 1.0%까지 떨어져 0%대 물가를 코앞에 둔 상황이다. 저물가가 이렇게 오랜 기간 이어진 것은 고성장 신화를 써내려 간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문제는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이 저성장과 저물가가 상호작용을 하며 고착화되는 장기 불황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둔화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물가상승률이 떨어지고, 반대로 물가 둔화는 가계·기업의 소비와 투자 욕구를 떨어뜨려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일본 경제를 보면 알 수 있듯 경기, 물가의 동반 하강은 한 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날 수 없는 늪과 같다고 경고한다. 저물가로 경기가 둔화되면 기업매출이 떨어지고 이는 고용 및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져 다시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이런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진단이나 정책 처방을 놓고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 당국마저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디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KDI의 주장에 대해 “3%대 성장률을 놓고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수는 없다. 주장이 좀 과하다”라고 맞섰다.

그러나 저물가의 원인 중 적지 않은 부분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에 있는 만큼 적절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과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감안하면 물가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저공비행을 할 가능성이 크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플레이션을 놓고 논란은 있지만 현재 저물가에 수요 부진이 어느 정도 작용한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며 “재정·통화정책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일자리와 가계의 소득을 늘려주고 노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해줘 가계가 돈을 더 쓸 수 있도록 구조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일본식 디플레이션으로 갈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물가가 실제 하락하는 현상이 단기간 내에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한국경제#디플레#저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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