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응스님 “출가자는 빈손이어야…” 사찰재산 6억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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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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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학교계좌로 보내

“빈손으로 태어났고 빈손으로 출가했습니다. 돌아갈 때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게 출가자의 당연한 도리죠.”

4월 26일 오후 동국대 대외협력본부로 예정에 없던 6억 원이 입금된 데 이어 다음 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편지가 도착했다. 주인공은 영일암(부산 기장군) 주지 현응 스님(75·사진). 스님은 기부금 약정서를 쓰고 대학을 찾아 기부하는 관례를 깨고 은행에서 곧바로 학교계좌로 기부금을 보냈다.

현응 스님은 편지에서 “내가 죽으면 사찰은 속가의 친척들에게 돌아가겠지만 신도들의 정성스러운 보시로 모은 사찰 재산은 다른 어려운 이들에게 쓰여야 한다”며 “출가 수행자가 부처님의 자비정신에 따라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영일암은 특정 종단이나 법인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 사찰로 스님은 절 살림을 아껴 모은 돈으로 기부했다.

스님은 주위에서 ‘4무(無) 스님’으로 통한다. 휴대전화와 자동차, 인터넷,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스님이라는 뜻. 40대 중반 출가할 때 입은 30년 된 승복을 아직도 기워 입고 생활한다. 절 살림을 위해 자동차 대신 마련한 오토바이도 20년째 타고 다닌다. 한 달 기름값은 4000원. 스님은 이렇게 모은 돈으로 기부한 뒤 김희옥 동국대 총장이 감사의 뜻으로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제안도 정중히 거절했다.

스님은 2007년에도 사찰 소유 토지가 수용되면서 받은 토지보상금 3억7000만 원 중 세금 2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동국대 일산불교병원과 중앙승가대, 불교TV에 1억 원씩 기탁하고 논산 육군훈련소 군법당 기금으로 5000만 원을 내놓기도 했다. 3일 스님을 찾아 감사의 뜻을 전한 김 총장은 “부처님 오신날(17일)을 앞두고 사회를 비추는 연등 하나를 밝히셨다”며 “기부금은 제2건학 기금으로 학생들을 위해 소중히 쓰겠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현응스님#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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