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과태료에 쫓겨난 ‘탈북자 북송반대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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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불법텐트 설치”… 교회에 4500만원 부과 방침
시위 탈북자들 교회서 철수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를 주장하며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맞은편 옥인교회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해온 탈북자들이 4일 이곳에서 철수했다. 최근 종로구가 옥인교회 측에 불법 텐트 설치 등을 이유로 거액의 과태료 부과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탈북자와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종로구는 최근 옥인교회에 4500여만 원의 과태료 부과 방침을 통보했다. 주차장으로 사용돼야 할 공간에 텐트를 설치해 결과적으로 이 터를 본래 용도와 다르게 썼다는 이유였다. 무거운 과태료 부담을 지게 된 옥인교회는 탈북자들에게 텐트 설치 장소를 옮겨줄 것을 요청했고, 탈북자들은 결국 그동안 시위 근거지로 활용해 오던 장소를 떠났다. 이들은 일단 종로2가 탑골공원 내 삼일문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옥인교회 앞은 관련 단체들이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과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 북한인권법 통과 등을 호소하며 200일 넘게 릴레이 시위를 이어온 상징적인 장소였다.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이 3월 단식투쟁을 벌였고 세계적 팝그룹 ‘보니엠’과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5월 시위에 동참한 곳이기도 하다.

탈북자인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은 “탈북자들이 시위를 진행하기 위해 텐트를 설치한 지 꽤 됐는데 종로구가 왜 이제 와서 과태료를 부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최근 한 세미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이 문제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종로구는 익명의 시민이 서울시 다산콜센터를 통해 제기한 민원이라 절차상 시정지시를 내린 것이며 과태료 부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구 관계자는 “지난달 초 접수된 민원에 따라 현장조사를 거쳐 이달 5일까지 원래 주차장 용도로 사용하라고 교회 측에 통보했다”며 “내부회의를 거쳐 이행강제금 부과 여부를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옥인교회#탈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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