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트 허브’ 꿈꾼다]<中>아낌없는 인프라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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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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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경쟁력은 문화에서”
세계적 복합예술단지 조성

《홍콩의 중심인 센트럴 지역과 바다를 건너 마주 보는 시주룽 반도 해안. 지금은 텅 빈 땅이지만 앞으로 이곳엔 세계적 수준의 복합문화예술단지가 들어선다. 홍콩 정부가 40ha의 땅에 28억 달러를 들여 추진하는 ‘시주룽문화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WKCD)’ 프로젝트다. 이 용지에는 M+미술관(가제)과 다목적 전시장, 콘서트홀과 광둥오페라극장 등 15개의 다양한 공연장이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자리 잡는다.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 씨가 전 지역을 총괄하는 개념적 공간플랜을 맡았고 내년 봄부터 공모를 통해 개별 건물의 설계를 담당할 건축가들을 선정할 계획이다.》

시주룽문화지구의 핵심 공간인 M+미술관의 경우 개관에 앞서 이미 운영진을 갖춘 상태다. 스웨덴 출신 대학교수이자 영국 테이트모던의 초대 관장을 맡았던 라르스 니티브 씨가 지난해 6월 관장으로 임명됐고 경기 용인시의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실장을 지낸 토비아스 버거 씨가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니티브 관장은 “우리는 서구의 미술관을 그대로 복제하고 싶지 않다. 글로벌한 비전과 아시아의 지역적 특성이 조화된 미술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건물 완공 이전에도 게릴라 아트 프로젝트 등과 같은 행사를 펼칠 생각”이라고 밝혔다.

○ 낡은 공공시설을 문화공간으로

홍콩 정부는 아시아의 ‘아트 허브’를 꿈꾸며 미술관과 15개 공연장 등을 건립하는 시주룽문화지구(WKCD)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시주룽 해안가의 공터에는 문화지구 용지임을 알리는 영문 입간판이 서 있다.  홍콩 도심에 위치한 옛 중앙경찰서 건물. 이곳을 문화공간으로 재정비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작은 사진) 홍콩=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홍콩 정부는 아시아의 ‘아트 허브’를 꿈꾸며 미술관과 15개 공연장 등을 건립하는 시주룽문화지구(WKCD)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시주룽 해안가의 공터에는 문화지구 용지임을 알리는 영문 입간판이 서 있다. 홍콩 도심에 위치한 옛 중앙경찰서 건물. 이곳을 문화공간으로 재정비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작은 사진) 홍콩=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시주룽문화지구가 국제적 수준의 문화공간을 신축하는 프로젝트라면 도시 한복판의 오래된 공공건물단지를 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도심재생 계획도 눈여겨볼 만하다. 1860년대 지은 홍콩 최초의 경찰서 등 경찰서 건물들을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면서 시민을 위한 휴식과 예술공간으로 만드는 CPS(Central Police Station)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마권을 발행하는 홍콩자키클럽이 설립한 자선기금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며 용지 중 37%는 문화예술, 36%는 공공 목적, 27%는 상업공간에 배분했다.

본청과 감옥 등 19개의 낡은 건물로 이뤄진 단지는 홍콩의 금싸라기 땅인 소호 지역의 한 블록을 통째로 차지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옛 건물을 대부분 보존하면서 스위스 건축가 헤르조그와 드 뫼롱이 설계한 두 동의 신축건물과 연계해 과거와 현재가 시너지를 이루도록 만들 계획. 2012년 재정비와 신축공사에 들어가 2014년 개관할 예정이다.

홍콩 정부의 아트 어드바이저인 영국 출신 독립큐레이터 데이비드 엘리엇 씨(전 모리미술관장)는 “역사가 살아 숨쉬는 오래된 건물을 불도저로 밀어버린 뒤 몇 개 남지 않은 유산이라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라며 “오만하지 않게 대중과 소통하는 공간이면서 아트 플랫폼으로서 홍콩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창의적 허브를 꿈꾸며

홍콩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문화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쏟는 것은 장기적 안목에서 홍콩을 국제적 문화예술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생동감 넘치는 문화예술의 현장이야말로 21세기의 매력적인 일류도시로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외국 기업과 기관의 홍콩 진출을 지원하는 부처인 ‘인베스트홍콩’은 지난해 창의산업을 담당하는 팀을 새로 만들었다. 이후 미국의 가고시안 등 5개의 외국 갤러리가 홍콩에 둥지를 새로 틀었다. 이와 별도로 2009년 홍콩 정부는 ‘크리에이트홍콩’이라는 전문 부처를 신설해 창의적 산업의 발전을 돕고 있다.

빌바오와 아부다비가 예술을 통해 도시 브랜드를 알린 것을 본보기 삼아 문화와 문화산업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다져가는 홍콩. 하드웨어의 과시적 건립에 맞먹을 소프트웨어의 문제, 주요 프로젝트를 서구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있다. 이런 과제를 지혜롭게 풀어간다면 아시아의 창의적 허브를 꿈꾸는 홍콩의 야심 찬 도전은 머지않아 열매를 맺을 것이다.

홍콩=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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