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트 허브’ 꿈꾼다]<上>국제아트페어 ‘아트 HK’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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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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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자본, 상생의 길을 걸어가다

《국제 금융의 허브인 홍콩이 ‘아트 허브’를 목표로 도약하고 있다. 홍콩은 뉴욕, 런던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예술품 경매시장이다. 국제아트페어 ‘아트 HK’는 출범 4년 만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술품 장터로 급성장했다. ‘M+현대미술관’ 등 전시공간과 15개 공연장이 들어설 시주룽(西九龍)문화지구 건설프로젝트 등 문화 인프라를 위한 투자도 활발하다. 아시아 문화예술의 중심을 꿈꾸는 홍콩의 문화현장을 소개한다.》

“홍콩아트페어는 생긴 지 4년 만에 블록버스터급 행사로 떠올랐다.”(베이징 페이스 갤러리의 조세프 밥티스타 디렉터)

26∼29일 홍콩컨벤션전시센터의 2개 층에서 열린 ‘아트 HK11(2011 홍콩국제아트페어)’에는 38개국 260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첫해인 2008년의 20개국 101개에 비해 참여 화랑의 규모와 질이 급성장하면서 국제 미술계의 ‘빅 리그’에 합류한 것이다. 2002년 출범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경우 지난해 16개국에서 193개 갤러리가 참여했으나 이 중 120개는 국내 화랑이었다.

올해 ‘아트 HK’에선 가고시안, 메리언 굿먼, 바버라 글래드스턴, 아콰벨라, 화이트큐브 등 서양의 블루칩 갤러리들이 부스를 열었다. 한국에서도 가나아트, 국제, 아라리오, 학고재, 현대, PKM 등 8개의 주요 갤러리가 참가했다.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 ‘아트 바젤’을 운영하는 스위스의 MCH그룹은 이 같은 경쟁력을 눈여겨본 뒤 홍콩아트페어를 소유한 ‘아시안 아트페어’사로부터 최근 60% 지분을 사들였다.

○ ‘아시아의 바젤’로 가는 길

출범 이후 ‘아트 HK’를 이끌어온 매그너스 렌프루 디렉터는 지난 4년간 화랑 유치를 위해 전 세계에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직접 발로 뛰며 화랑주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 요인을 묻는 질문에 △아시아의 중심이자 중국의 관문이라는 전략적 위치 △미술품 수출입에 대한 면세 혜택 △아시아 미술에 대한 집중 조명 △국제 비즈니스 절차에 익숙한 전문가들의 운영 등을 들었다. 특히 렌프루 씨는 “한국이나 일본처럼 화랑협회에서 아트페어를 주관할 경우 회원들의 역학관계를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독립적 위원회를 구성해 화랑을 선정한다는 것 역시 강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의 바젤’을 꿈꾸는 홍콩에선 민간행사인 아트페어에 정부 차원의 관심도 뒷받침되고 있다. ‘문화와 크리에이티브 산업’을 6가지 신성장 분야 중 하나로 지정한 홍콩 정부는 ‘아트 HK 11’을 알리기 위해 본보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호주 등 6개국 기자를 초청했다. 홍콩 정부 공보처의 리나 팅 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홍콩은 경제기반을 다원화하고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트페어는 우리 갤러리와 예술가를 외국에 알리는 플랫폼이자, 궁극적으로 문화의 메트로폴리스이자 아트 허브로 홍콩이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는 행사”라고 말했다.

○ 문화와 비즈니스의 동행

’아트 HK 11’(2011 홍콩국제아트페어)에선 한국 작가 이우환 이불 이수경 이재효 양혜규 이명호 씨 등의 작품이 해외 화랑을 통해 소개됐다. 미국 리먼 모핀 갤러리가 선보인 서도호 씨의 조각 ‘카르마’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홍콩=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아트 HK 11’(2011 홍콩국제아트페어)에선 한국 작가 이우환 이불 이수경 이재효 양혜규 이명호 씨 등의 작품이 해외 화랑을 통해 소개됐다. 미국 리먼 모핀 갤러리가 선보인 서도호 씨의 조각 ‘카르마’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홍콩=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Culture=Capital”

한 갤러리 부스에서 마주친 네온작품의 문구는 오늘날 문화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아트페어는 문화의 현장이자 비즈니스의 치열한 전장으로 두 측면이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렌프루 디렉터는 “아트페어는 단순히 판매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갤러리를 통해 작가를 지원하고 그들의 작업을 알리기 위한 마당이다”라며 “그래서 참여화랑도 상업적 작품을 내세운 곳보다 기획 전시의 성격을 갖춘 갤러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아트 HK’ 측은 일반 관람객을 위한 풍성한 볼거리, 전문가 토론회, 교육 행사 등도 다양하게 마련했다. 2층 본행사장의 경우 화랑 부스와 별도로 한국의 전광영,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대작을 특별전으로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 ‘ART FUTURE’ ‘ASIA ONE’이란 주제로 구성된 3층 전시장은 세계의 신생 갤러리들과 아시아의 젊은 작가들을 조명했다.

홍콩국제아트페어는 6월의 ‘아트 바젤’과 시간차를 두기 위해 내년부터 2월에 열린다. 주최 측이 바뀜에 따라 서구 중심 행사로 개편된다면 아시아권 갤러리의 입지는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트 HK’가 자신의 성공요인인 ‘아시아적 정체성’을 앞으로 어떻게 지켜나갈지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홍콩=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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