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 슬픔을 승화시킨 배웅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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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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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박물관, 시대-지역별 정리 기획전, 제작 과정 보여주는 애니메이션도

한국인들은 죽은 자를 보낼 때 화려한 상여를 만들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꼭두박물관 기획전시실에 전시 중인 조선 후기의 목조 상여. 사진 제공 꼭두박물관
한국인들은 죽은 자를 보낼 때 화려한 상여를 만들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꼭두박물관 기획전시실에 전시 중인 조선 후기의 목조 상여. 사진 제공 꼭두박물관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운데 놓인 상여에 눈길이 간다. 상여 위를 덮은 흰 양장과 청·홍 조화를 이룬 청사초롱, 화려한 색감과 꿈틀거리는 모양으로 상여 위에 자리 잡은 나무 용, 상여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각양각색의 꼭두(나무 인형), 사람들이 어깨에 걸칠 수 있게 끈으로 고정한 멜대….

세상을 떠난 이가 저세상으로 갈 때 타는 가마, 상여. 서울 종로구 동숭동 꼭두박물관에서 2011년 4월 12일까지 기획전 ‘상여, 한국인의 아름다운 배웅’을 열고 있다. 상여의 역사와 구조, 제작 과정, 장식 등을 보여주는 영상과 유물 9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사용된 상여의 변천사를 나타내는 도표, 지역별 상여 사진을 지도에 표시한 설명판, 지역별 장례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 등을 벽면에 진열해 놓았다. 못질 없이 조립만으로 만드는 상여의 제작 과정을 ‘밑그림 그리기’부터 ‘장식물 부착하기’까지 8단계로 나눠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영상도 흐른다. 또 다른 벽면에는 상여에 붙이는 장식인 문양과 꼭두, 유소(流蘇·붉은 매듭 끈으로 늘어뜨린 술)와 진용(振容·꿩 봉황 꽃 등을 그려 넣은 천) 등이 전시됐다. 전시장 뒤쪽엔 상여를 메고 가는 전통 장례 행렬을 미니어처로 만들어놓기도 했다.

벽면을 따라 영상과 유물을 관람하다 보면 시선은 다시 전시장 가운데 놓인 상여로 쏠린다. 화려한 장식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다시 새겨보며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상여의 위와 사방에 자리 잡은 용과 봉황은 길상벽사(吉祥(벽,피)邪)로 나쁜 기운을 물리치며 복을 부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꽃 문양은 연생귀자(連生貴子)로 귀한 자식을 얻으리란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저승 가는 길을 안내해주고 지켜주며 망자의 마음을 달래주기도 하는 꼭두는 말을 타기도 하고 물구나무를 서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갖췄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상여에 매단 유소와 진용. 박물관 측은 “상여가 움직일 때마다 펄럭이는 유소와 진용의 움직임이 상여에 생명력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임현수 연구원은 “꽃상여나 영구차가 우리 장례문화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상여는 긴 이별의 슬픔을 아름다운 배웅의 미학으로 승화시킨 한국의 유산이다”라고 말했다. 02-766-3315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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