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무대 경험 통해 부족한점 깨달아
주영이 형은 멘토…꼭 닮고 싶어요“모든 면에서 부족했죠. 본 것도, 느낀 것도, 배운 것도 많았어요.”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 축구. 긍정의 리더십으로 대표팀을 이끈 허정무 감독의 공헌은 비단 그 뿐이 아니었다. 세대교체를 성공리에 이끌어내면서 앞으로의 밝은 10년을 보장받도록 했다. 그 중 대표적인 이는 ‘당당한 아이’ 이승렬(21·서울)이다. 이승렬은 차세대 스트라이커로서 손색이 없다. 스스로 부족했다고 수줍은 표정을 짓는 이승렬을 3일 대표팀 멤버들이 참여한 올스타팀과 내셔널리그 안산 할렐루야의 ‘다문화 가정’ 자선경기가 열린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만났다.○내 인생 첫 월드컵
“눈물나려고 했는데, 정말 눈물이 나기 시작하니까 경기가 끝나버렸어요.”
공격형 미드필더 김재성(포항)은 자신의 첫 월드컵 출전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눈물 날 뻔 한 이는 김재성뿐 만이 아니었다. 이승렬도 그랬다.
후반전이 시작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박태하 코치가 이승렬에게 눈짓을 했다. 나가서 몸을 풀고 있으라는 지시였다. 대기심으로부터 복장 점검을 받을 때부터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그동안 신문으로만 접했던 월드컵이잖아요. 너무 벅찬 감동을 받았고, 자신감도 생겼고. 뭐,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물론 그게 끝이었다. 더 이상 이승렬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부동의 공격수는 박주영이었고, 염기훈이 투톱 파트너로, 이동국이 조커로 투입된 때문이었다.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는 시간보다 몸을 푸는 시간이 훨씬 많았던 이승렬. 그래도 남아공은 정말 ‘희망의 땅’이었다.
○난 아직 배가 고프다
뭘 배웠는지 우문을 던져봤더니 돌아온 대답. “제가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죠. 테크닉도, 체력도 모든 게 부족했어요. 나름대로 체력은 자신 있었는데, 국제무대란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죠.”
이승렬은 성장하고 있었다. 아니, 성장했다. “공격 타이밍이라든지, 수비 전환 시점이든지 훈련을 통해 꾸준히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공을 빼앗겼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지도요. K리그에서 골 폭풍 제대로 일으켜보려고요.”
사실 이승렬이 최종 엔트리에 들 것이라는 예상은 주류가 아니었다. 본인도 최종 명단이 아닌 ‘+3(명)’에 추가 선발될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5월31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에서 끝난 벨라루스와 평가전이 끝난 뒤 평소와 다름없이 저녁 식사를 한 뒤 방에서 쉬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캡틴 박지성이었다. “(이)승렬아, 너 최종(엔트리)에 포함됐네.” 이승렬은 당황했다. “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죠. 솔직히 긍정적인 생각보다 선배, 동료들에게 피해나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조금은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죠. 그런 월드컵에서 어떻게 출전 시간이 짧았다고 불평하겠어요.”
○나에게 박주영이란 존재는?
이승렬은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멘토가 있다.
바로 박주영이다. 서울에서 함께 뛸 때부터 이승렬은 박주영을 유독 잘 따랐다. 박주영이 잘하는 건 자신도 배우려고 노력했고, 그를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연습했다. 앳된 미소 속에 날카로운 비수가 숨겨져 있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악바리 근성’이 있는 이승렬이다. 올 초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 때도 숙소에서 홀로 줄넘기를 하며 컨디션을 조절할 정도.
남아공에서도 이승렬은 박주영과 같은 방을 썼다. “(박)주영이 형은 서울에 있을 때보다 정말 크게 발전했어요. 기술도 워낙 좋지만 파워도 모나코에 가면서 크게 성장했더라고요. 왜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지 알 수 있었죠.”
안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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