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지금은 ‘창조적 파괴’의 시기…

  • 입력 2009년 2월 6일 02시 58분


희망이 富의 문을 연다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신체가 건강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바로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참혹했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심리를 광범위하게 분석해 얻은 연구 결과다.

격리 수용된 가족의 생사를 몰랐던 사람들은 재회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투지를 발휘했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가족이 죽었다는 것을 안 순간 무너져 버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희망’에 대한 메시지다. 희망은 비단 미국만의 비전이 아니다. 전 세계가 함께 이루어야 할 목표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 아마르 바히데 교수의 합리적인 낙관론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는 경제 위기 속에서 위대한 기업과 기술이 태어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1930년대 대공황 속에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온갖 신기술과 경영 혁신을 시도했다. 덕분에 20세기 대부분의 기술 진보와 생산성 증가가 이 시기에 이뤄졌다. 1980년 전후 최악의 불경기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생했고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뒤 구글이 등장했다.

지금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몰락이 아니라 슘페터가 일찌감치 설파한 시장의 ‘창조적 파괴’다. 한마디로 모두가 흥청망청했던 시절 시장경제 시스템에 불어난 불포화지방을 일시에 제거하는 자정 노력이다.

창조적 파괴는 장기 초호황을 등에 업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경쟁력 없는 기업들을 도태시킬 수 있다. 또 아무에게나 투자하고, 어떤 상품에 투자해도 돈이 된다고 안일한 생각을 한 금융기관들을 ‘아웃’시켜 단단한 근육질의 미끈한 몸매로 시장을 리모델링할 수도 있다.

최근 거대 금융기관들이 다시 흔들린다. 제2의 금융위기설도 나온다. 매일 아침 신문을 펴기 겁나고 저녁 뉴스 시청이 두려워진 지 벌써 5개월이다. 여전히 좋은 소식이 없어 눈과 귀를 막고 싶다. 그래서 바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30년간 시장의 수익률 대비 연 3%씩 초과 수익을 내 가치투자의 도사 반열에 오른 존 네프도 지난해 빈털터리가 됐다. 하지만 76세의 고령에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미국 증시는 바닥을 쳤다고 믿는다. 그는 다시 투자하고 있다. 비관론자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증시의 오랜 격언을 떠올려 본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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