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사이언스/리치 사이언스] 하지가 지났건만

  • 입력 2008년 6월 24일 15시 49분


하지날 신촌 시계탑에서 바라본 하늘
하지날 신촌 시계탑에서 바라본 하늘
21일이 해가 가장 길다는 하지였죠?

요즘 정말 해가 길다는 게 느껴집니다. 8시가 넘어도 그렇게 깜깜하지 않습니다.

하지였던 지난 주 토요일 새로 이사할 집을 알아보느라 가까운 부동산에 들렀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올 때 계약을 도와준 곳인데요, 사장님이 젊으면서도(40대 중반 되어 보임) 부동산 전반에 걸쳐 식견이 높아서 종종 좋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예전에는 방송의 부동산 토론에도 한번 나가셨더군요.

그 분과 이참에 집을 살까, 아니면 전세로 옮긴 뒤 청약을 노릴까, 요즘 그리 좋다는 서울 강북 뉴타운 재개발 지분을 살까 등등으로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장님이 그러더군요. 지금 강북 재개발 지분을 사는 건 위험 부담이 있다고요.

말씀을 요약해 옮기면 이렇습니다.

하지가 해가 가장 길지만 가장 더운 날은 아니다. 가장 더운 날은 절기상 대서다(올 대서는 7월 22일). 해가 가장 긴 날 이후 한 달은 지나야 가장 더워진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사장님 판단으론) 강북 재개발은 지금 단기적으로 정점에 가깝다. 하지가 지나도 계속 날이 더워지는 것처럼 당분간 재개발 값이 더 오를 것이다. 그게 부동산의 속성이다. 그러나 대서가 되면 이미 낮의 길이는 정점을 많이 지난 것처럼 재개발 지분도 그런 운명을 맞을 수 있다. 지금 사면 당분간 올라서 기분은 좋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위험하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에는 뉴타운 지역 몇 곳에서 곡소리가 날 것이라고 보더군요.

물론 강북 재개발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곳도 있을 터이고, 지금 투자해서 장기로 끌고 가면 결국(물가는 오르기 마련이니까) 많든 적든 수익을 낼 겁니다. 하지만 단기로 투자하기에는 지금은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죠.

오늘 아침에 모 경제신문을 보니까 강북 뉴타운 중 한 곳이 프리미엄이 많이 떨어지면서 ‘거품 주의보’가 일고 있다는 보도가 있더군요.

문제는 분양가 상한제인데요. 예전에는 재개발 지역에서 일반 분양을 비싼 값으로 해 조합원들의 분양가를 많이 낮췄습니다. 상한제가 적용된 이후에는 이렇게 할 수 없으니 조합원들의 분양가도 오르고 결국 투자가치가 떨어진 거죠.

학교 다닐 때 과학 시간에 해가 가장 높은 정오가 12시지만 가장 기온이 높은 시간대는 2~4시라는 걸 배운 적이 있습니다. 해가 땅을 데울 시간이 필요한 거죠.

투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돈을 데울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돈이 식을 시간도 필요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투자 대상은 정작 식으려고 하고 있지만 아직 식지 않아 마치 뜨거운 것처럼 보일 때 투자해 손실을 볼 때가 있습니다. 요즘 시끄러운 중국 펀드, 베트남 펀드가 바로 그런 사례가 아닐까요.

P.S. 행여 제 글을 강북 뉴타운에 투자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하지는 마세요(그 사장님도 한 뉴타운 안에서 영업하시고, 틀렸을 가능성도 물론 많습니다). 신중하게 내재가치를 잘 따져서 무리한 대출을 지지 말고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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