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기정]개혁 외치던 창조한국당의 처신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01분


창조한국당은 물론 정치권을 흔든 이한정 비례대표 당선자의 학력과 경력 위조 파문에 대해 창조한국당이 17일 이 당선자의 사퇴 권고를 결의했다.

검찰이 이 당선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허위 학력 문제 등은 조만간 진위가 가려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논란에 대처하는 ‘새 정치인’ 문국현의 태도다.

문국현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본보 기자를 만나 “당 대표로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닳고 닳은 여의도 정치인’처럼 핵심 쟁점은 피해갔다. “이 당선자의 공천 문제는 당에서 알아서 했기 때문에 나는 자세히 모른다”고 했다. “신생 정당이어서 정보가 부족했다”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변명도 했다.

이에 앞서 문 대표는 이 당선자와 관련한 논란이 일주일 가까이 이어졌음에도 이렇다 할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 당선자를 공천한 배경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당에서 공천해서 나는 모른다’는 설명은 당 대표답지 않다.

이 당선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센병 환자촌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문 대표와 교분을 쌓았고, 비례대표 추천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문 대표가 이 당선자 공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당선자가 사퇴를 거부하고 버텼다는 얘기도 있다. 그랬다면 문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당선자를 설득하고 주저앉혔어야 했다.

당사자의 소명 절차가 남아 있어 당 대표가 나설 때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당선자의 학력 위조와 전과 경력은 이미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당사자의 소명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위를 넘어선 것이다.

문 대표는 시민참여형 정당을 표방하며 기존 정당과의 차별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창조한국당이 총선에서 비례대표 2석을 확보한 것도 이 같은 참신성과 투명성에 힘입은 것이다.

창조한국당은 지금도 홈페이지에 ‘공개’ ‘공유’ ‘창조’ ‘참여’를 통해 새 정치를 구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번 비례대표 파문에서 문 대표와 창조한국당이 보여준 행보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맞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유권자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고기정 정치부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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