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윌리엄 파프]불타는 중동, 무력한 미국

  • 입력 2006년 7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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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중동은 폭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미국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적들은 지난 몇 달 동안 전체적인 주도권을 쥐어 왔다. 이란은 핵문제에 있어 자기 페이스를 유지해 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유럽은 이란에 맞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공격 후 이 지역에 야기될 결과에 대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는 허세에 불과하다.

하마스가 집권한 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을 건드려 가자지구에 위기 상황을 일으켰다. 팔레스타인 극단주의자들은 이스라엘에 로켓을 쏘았고 이스라엘군의 검문소를 습격해 병사 1명을 납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공격을 감행해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폭격하고 레바논 국경지대로 병력을 보내고 있다.

‘국제위기그룹’의 로버트 말리 씨는 이 같은 현재 상황을 놓고 “부시 행정부의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사태를 촉발한 헤즈볼라나 하마스, 시리아나 이란에 대해 미국이 당연히 행사해야 할 영향력을 고려해 볼 때 현재와 같은 대응은 턱없이 약하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사태의 요점이다. 미국은 이미 이 지역에서 갖고 있던 영향력을 모두 상실했다.

부시 행정부는 처음에는 강경파의 영향 아래 군사력을 행사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부와 시골 병사들을, 그 뒤엔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의 군기 빠진 군대를 공격했다. 수만 명이 숨졌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과연 겁을 먹을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과 동맹국 병력은 왜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이 필요하게 됐을까.

이스라엘의 군부 지도자 중 일부는 레바논을 30년 전 모습으로 되돌리려 한다. 서로 갈라져 싸우는 전쟁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을 재개했다. 이번에는 좀 더 강한 로켓을 들고 나왔다. 레바논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던 이스라엘로서는 예상했던 결과가 아니었다.

이에 맞서 무력 사용을 증대한다면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정부는 스스로를 위협하는 결과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가자지구와 레바논에 대한 공격에는 좋지 않은 결과가 뒤따른다. 예컨대 지금 만약 팔레스타인 정부가 붕괴된다면 이스라엘이 통제하기 어려운 무질서와 무정부 상태가 확산될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나서는 동안 미군은 새로운 야전교범을 내놓았다. 이라크의 미군 지휘관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파테라우스 중장이 만든 이 교범은 점령지에서 저항에 대처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새 교범은 군인들에게 기존에 배운 것을 잊도록 요구하고 있다. 작전의 초점은 우선적으로 사회 재건에 맞춰져야 한다. 또 저항이 뒤따르는 전쟁은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확고한 정치적 의지와 극도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교범은 현지의 정치적 환경을 이해하는 것을 성공의 전제조건으로 꼽았고 도덕적 정당성을 잃으면 전쟁에서 진다고 경고했다.

무력을 많이 사용할수록 효과가 줄어든다는 점도 지적됐다. 무장세력 5명을 죽였을 때 그로 인해 50명이 새로 무장단체에 들어간다면 오히려 비생산적이라는 것이다.

좋은 조언이다. 3년 전에는 유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늦지 않았나 싶다.

윌리엄 파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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