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홍콩 가서 시위 벌이겠다니

  • 입력 2006년 1월 1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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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홍콩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한국 시위대 11명이 무죄 석방되지 않을 경우 1000명의 시위대를 보내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홍콩 사법 당국을 압박하기 위해 또 원정 시위를 하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으로, 실익(實益) 없이 구속자 수만 늘릴 무모한 계획이다.

전재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2차 원정 투쟁을 평화적으로 진행하겠지만 시위대의 감정이 격화되면 이들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폭력시위를 하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이나 다름없다. 홍콩 사법 당국을 위협하는 언행도 홍콩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일진대 실제로 폭력시위를 또다시 벌이면 홍콩의 경찰과 사법 당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번 홍콩 원정 폭력시위만 해도 한국이 월드컵에서 과시했던 붉은 악마의 긍정적 이미지를 손상시켰다고 외교관들이 전하고 있다. 시위의 명분도 세계인들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웠다. 작년에 수출입 5000억 달러를 돌파한 무역규모 세계 11위의 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와 세계화에 반대해 무엇으로 먹고살겠다는 것인가. 민주노총이 자중하기는커녕 홍콩 사법당국을 압박하는 대규모 폭력시위를 다시 벌여 불상사가 생기면 국가 이미지가 얼마나 더 추락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폭력시위자들을 무조건 석방하라 요구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변호인을 통해 가벼운 처벌을 받도록 최선의 노력을 한 뒤에 그래도 실형 판결이 내려지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이성적인 방법이다. 판결도 나오기 전에 외국의 사법 당국을 위협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면 오히려 재판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겠는가.

민주노총은 폭력 시위가 외국에서도 통하리라는 착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계획을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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