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속 없는 ‘미국 때리기, 북한 편들기’

동아일보 입력 2005-12-17 03:01수정 2009-10-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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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끝난 17차 남북장관급회담 등에서 정부는 ‘북에는 휘둘리고 미국과는 멀어지는’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종북탈미(從北脫美)가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지, 정부의 ‘국익 계산 기능’이 고장 나지 않았는지 검증해 볼 때다.

회담에서 북은 남을 압박하고, 남은 북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양상이 되풀이됐다. 북은 6월 제15차 장관급회담 때 백두산에서 열기로 합의한 장성급회담 개최에 대해서도 확답을 미루다가 ‘조속한 시일 내 개최’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겨우 합의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남측 방북자들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기념궁전과 혁명열사릉, 애국열사릉 등을 참배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우리 측을 압박했다. 이번 회담을 북을 6자회담에 끌어들이는 계기로 삼겠다던 정부의 또 다른 목표도 무산됐다.

반면 정부와 여권은 미국에 대해 자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북한을 ‘범죄정권’이라고 비판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의 발언에 대해 주미 한국대사관은 유감을 표시했다. 또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은 “한반도 평화와 동맹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동맹국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원기 국회의장까지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이 수위를 넘었다”고 가세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위조달러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이 주장한다고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북측을 두둔했다.

‘민족끼리’를 앞세운 정부의 ‘자주외교’는 이미 국익 손익계산서에 손실로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마닐라에서 가진 동포 간담회에서 “북한에 대한 약간의 지원을 갖고 (대북) 지렛대로 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 한 해에만 대북 지원액이 1조 원을 넘는다. 이 돈이 ‘약간의 지원’인가. 1990년대 이후 대북 투자에 나섰던 우리 기업 중 1000여 개가 이미 도산했거나 손실을 봤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 경제성장과 민주화는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서 가능했다. 이 토대가 흔들린다면 국제신인도 하락과 외국 투자자금의 이탈로 경제에 심각한 주름이 올 수밖에 없다. 중국을 통한 대미수출까지 감안하면 미국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그런데도 정부여당 인사들의 ‘미국 때리기’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미국에서는 “한국은 이미 동맹이 아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과 중국이 우리에게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것도 소원해진 한미관계가 한 원인이다. 정부는 ‘민족끼리’ 코드에 취해 탈미 행보를 가속함으로써 국익을 해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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