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인하대 수학과 교수들의 용기

  • 입력 2005년 12월 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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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는 교육을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으로 보았다. 알을 품은 어미 새는 새끼가 밖으로 나와야 할 때를 본능적으로 안다고 한다. 이때 어미 새가 밖에서 부리를 이용해 알을 쪼면 어린 새도 알 속에서 같이 깨려고 한다. 이런 서로의 노력으로 비로소 새가 세상에 나온다는 것이다. 교육이 가르치는 쪽과 배우는 쪽의 상호작용과 교감을 통해 이뤄져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를 가르칠 때 토론식 수업을 즐겼다. 그는 “일부 선전꾼들은 장님의 눈에 시각을 넣어 주는 것처럼 지식을 넣어 줄 수 있다고 떠벌리고 있으나 교육은 그런 따위가 아니다”라고 호통을 쳤다. 현대에 들어와 교육은 가르치는 쪽의 편의 위주로 진행됐다. 한꺼번에 많은 학생을 가르치다 보니 일방적인 주입식 수업이 불가피했으나 올바른 방향은 아니다.

▷국내 대학의 강의평가제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학생이 교수를 평가하는 이 제도는 수업내용에 대한 학생 반응을 파악하기 위한 현대적인 소통방식이다. 교수들의 마음이 편치는 않겠지만 좀 더 나은 강의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 공감대는 이뤄져 있다. 인하대 수학과 교수들이 내년부터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지금까지 강의평가 결과는 비밀에 부쳐졌으므로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교수들이 지난 학기 수강생들에게서 어떤 평가점수를 받았는지 알고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 보수적 분위기가 강한 국내 대학에서 교수들의 노력을 높이 살 만 하다.

▷초중고교의 교원평가제 또한 교사들이 무조건 손사래를 칠 일은 아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교사가 평가점수를 많이 받을 테고, 그래서는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학의 강의평가제에서는 이런 선입견과는 다르게 ‘실력 있고 강의 잘하는 교수’가 ‘말 잘하는 교수’ ‘학점 잘 주는 교수’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훌륭한 스승은 학생들이 먼저 알아보는 법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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