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마이클 오핸런]對北 강경노선 ‘부시의 신념’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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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3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대선 승리에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안도의 표정으로 화답했다. 모든 정치인이 승리를 바라지만 (걸프전에서 승리한) 아버지도 재선에 실패했기에 부시 대통령의 소회는 남달랐을 것이다.

이라크 공격 결정도 미국 유권자들에게서 승인을 받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칼 로브 당시 백악관 정치고문 등 공화당 지도부도 공화당이 ‘영구적인 다수’를 점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사회보장 개혁 등을 과감하게 추진했다.

1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 사회보장 개혁은 실종됐고 이라크는 여전히 골칫거리다. 8월부터 상황은 더 심각해져 부시 대통령은 일련의 정치적 패배를 겪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늑장 대응해 비판을 받았고, 해리엇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고문의 연방대법관 지명에 실패했다. 미국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 누설 사건(리크게이트)으로 루이스 리비 부통령비서실장이 기소됐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는 30%대로 추락했다.

확실히 부시 행정부는 예산 문제부터 이라크, 동북아 안보 정책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안에서 힘이 약해졌고 지도력을 상실했다. 더는 자신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없기에 사안에 끌려 다닐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부시 행정부가 몇 년 전, 아니 1년 전보다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부시 행정부가 한국 등 동북아 국가들에 유순해질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부시 행정부가 동북아, 특히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은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정치인들이 겪는 위기는 과장되기 쉽다. 항상 새로운 뉴스거리를 찾는 정치평론가들은 조그만 변화에도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이라크 문제 때문에 확실히 부시 대통령의 입지는 전보다 약해졌다. 하지만 올가을 부시 대통령을 괴롭힌 대부분의 문제는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선거에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일시적인 지지율 하락은 그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한다. 공화당은 상하 양원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으며 민주당에는 아직 공화당을 이길 만한 명확한 전략이나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다.

둘째, 부시 대통령은 결의와 일관성이 있는 정치인이다.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정치적 진로를 갑자기 바꾸진 않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측근들은 일종의 확신을 갖고 있다. 그들의 정치적 성공이 확신을 고수한 결과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셋째,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은 자신들의 한국 정책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라크에서의 문제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일본 중국 대만 정책,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 등 동북아 정책에서는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사이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예외적인 일일 뿐이다.

부시 행정부는 합의된 틀을 북한이 위반했다고 믿고 있다.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어렵고 믿을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지상 최후의 스탈린주의 정권을 상냥하게 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6자회담에서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시 행정부도 알고 있다. 하지만 김정일(金正一) 국방위원장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인식이 급격하게 변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결론은 부시 행정부가 여전히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북한에 융통성 있고 유연한 자세를 보일 것 같지는 않다.

정리=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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