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관 다양화가 ‘코드化’로 흘러선 안 된다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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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법원장이 어제 신임 대법관 후보 3명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법원 안팎의 의견을 두루 수용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우선 대법원의 다양화에 무게를 둔 모양새다. 후보 3명 중 1명은 시민단체가 강력히 추천한 인물이고 또 다른 1명은 진보성향의 논동법 전문가라는 점에서 ‘이용훈 대법원’의 색깔이 나타났다고 볼 수도 있다.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 5명의 후임이 어떤 인물이 될지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서로 다른 가치관을 통합 조정하기 위해선 대법원도 변해야 한다. 하지만 후보 추천 과정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요구한 ‘다양화’는 정권과 이념적 코드가 같은 사람들을 대법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압박이나 다름없었다. 이 대법원장은 재판능력을 우선 고려했다고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는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물이라는 감을 지울 수 없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에 오히려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법치(法治)의 최후 보루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정치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삼권분립의 한 축이다.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를 구속하려는데도 정치권력이 이를 가로막고 나서는 상황에선 법원의 책무가 더욱 막중하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얼마 전 퇴임한 한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통일과 민족에 대한 열정이 지나친 나머지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에 사법부의 독립을 걱정할 일이 어디 있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용훈 대법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퇴임 후 역사 앞에 반성하는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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