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진수]불안한 노후 ‘사회보험’이 孝子

  • 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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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시대의 상징인 ‘부동산시대’의 마감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수십 년간 경제개발과 더불어 집값이 상승해 ‘내 집 마련’이 곧 노후 대책이자 자녀 결혼과 같은 목돈 지출에 대비하는 방편이었다. 그래서 퇴직금은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를 위해 중간 정산하는 게 유행했고, 국민연금은 소득 노출 위험이나 높이는 ‘천덕꾸러기’로 인식된 것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부동산 신화가 깨지고, 집 한 채에만 의존한 노후 대비는 설 곳을 잃게 됐다. 그렇다고 자녀에게 여생을 기대는 전통적 노후보장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부모 자식 간의 기대 변화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부모에게 손 벌리는 일들은 잠시 접어 두자. 집값이 너무 올라 자녀가 취직을 해도 ‘월급 모아 내 집 마련’하는 꿈을 실현하기도 힘든 지경이다. 현재 동아일보가 연재하고 있는 ‘내 나이 60엔 어떻게 사나’ 시리즈는 이처럼 ‘노후 대비가 없는 세대’, 한국의 중년을 겨냥하고 있다.

노후를 준비하는 중요한 방법은 사회보험에 눈뜨는 것이다. 많은 선진국은 노후 대비뿐 아니라 질병 및 장애, 그리고 유족 보장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위험을 사회보험을 통해 보장하고 있다. 사회보험을 주축으로 노후 대책을 짤 때에는 매달 필요한 생활비뿐 아니라 병원비, 간병 또는 수발 비용, 유족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회보험에서 무엇을 보장받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추가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노후 보장과 관련해 국민연금은 불신과 불만의 대상이다. 월 불입금 납입이 매달 뜯기는 것처럼 느껴져 화가 나기도 하고, 미래에는 기금이 바닥나 제대로 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으면 불안하기만 하다. 그래도 국민연금은 국가가 책임지는, 수익률과 안정성이 가장 높은 제도임을 알아야 한다.

국민연금의 한계는 보장 수준이 기존 생활을 유지하기에 상당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20년 가입하면 본인 소득의 30%를, 30년 가입자는 45%, 40년 가입자는 60%를 각각 국민연금을 통해 보장받을 것으로 생각하면 위험하다. 이는 소득이 전체 가입자의 평균인 가입자에게만 적용된다. 각자에게 적용되는 국민연금액을 알아보고,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을 노후보장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 여력이 있으면 개인의 선호에 따라 개인연금에 가입하면 된다.

사회보험의 문제점을 찾아서 개선하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의 경우 소득이 없음에도 보험료를 부과해 징수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유족연금이나 장애연금 수준이 너무 낮게 책정된 점이나 몇 가지가 중복되는 경우 액수에 관계없이 한 가지만을 선택하도록 한 규정도 고쳐야 한다. 물론 소득 파악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또 건강보험에서 너무 높은 본인 부담은 줄여 나가야 하고, 장기 환자에 대한 부담도 경감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막무가내로 “보장 수준을 높여라”고 요구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보장 수준 상승과 이에 따른 보험료 부담 증가는 같이 가는 것이다. 권리만 있고 책임은 따르지 않는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지금 우리의 과제는 국가 책임 아래 기본적인 노후 보장 여건을 조성하고 각자 개인이 추가적 보장을 준비하는, 국가와 개인이 조화된 노후보장체제를 갖추는 일이다.

또 하나 잊지 말 것. 노후 보장이 경제적 안정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내가 가장 편한 모국어를 구사하면서 정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익숙한 환경에서 노후를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김진수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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