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님! 한말씀]韓投 이채원 상무 “바이오에 보물많다”

  • 입력 2005년 9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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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꼽히는 한국투자증권 이채원 상무. 저녁 모임 때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6시간가량 특정 기업에 대해 토론할 정도로 가치투자를 중시한다. 박영대  기자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꼽히는 한국투자증권 이채원 상무. 저녁 모임 때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6시간가량 특정 기업에 대해 토론할 정도로 가치투자를 중시한다. 박영대 기자
《‘인생은 선택이다.’ 누구와 결혼하면 행복할지, 회사에 늦지 않게 도착하려면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등을 판단하고 선택한 뒤 책임지는 게 인생이다. 재산을 불리려면 더욱 적극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은행 예금에 넣을지, 주식 채권 부동산 가운데 무엇이 좋은지, 주식에 투자한다면 어떤 주식을 골라야 하는지, 펀드로 간접투자를 해야 하는지 등 재산을 불리는 방법이 많아 선택에 고민이 따른다. 이럴 때 실전 투자에서 성공한 ‘고수(高手)’에게 투자전략과 경험담을 들어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고수의 경험과 노하우가 자신이 찾던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이채원(李埰源) 상무는 증권업계에서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통한다.

롯데칠성이 6만 원, 농심이 4만 원, 태평양이 5만 원 수준일 때 기업가치보다 주가가 너무 낮다며 투자해 큰 수익을 얻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주식의 주가는 현재 각각 100만 원, 25만 원, 31만 원 안팎이다.

1999년 정보기술(IT) 관련주가 폭등할 때는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싼 주식을 사서 제값을 받을 때까지 묻어 두라’는 가치투자의 원칙이 투기적 성향이 강한 한국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많은 투자자들에게 줬다.

주가가 1,200 선에 육박한 지금도 가치투자 전략은 여전히 유효할까.

이 상무는 “그렇다”면서도 “종전의 가치투자 전략은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 “종전 가치주 중 20∼30%는 팔았다”

그는 조선, 화학, 철강, 반도체, 자동차 분야에서 발굴했던 가치주를 포기했다. 그 대신 바이오, 금융, 엔터테인먼트, 에너지, 물류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주를 발굴하고 있다.

IT 광풍 때 새롬기술이나 다음처럼 내재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주식을 단 한 주도 편입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서 “살고 싶으면 IT주를 사라”는 협박까지 받았던 그가 바이오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이채롭다.

그는 “IT 붐이 다시 일어도 그때와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며 “하지만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면서 경제의 큰 틀(패러다임)도 달라졌다. 이는 국민의 생활 습관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소비하는’ 구조가 된 것.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라면과 피자 소비가 주춤하고 홈쇼핑이나 할인점이 뜬다면 그 가운데서 가치주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바이오는 미래의 대세”라며 “실체가 있는 것을 발굴하느냐가 관건이므로 국내 대형 제약사에 주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직관력으로 승부해야”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이 대표적 가치주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우량 종목 주가가 제자리를 찾았다. 문제는 ‘해당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그는 “그래서 이익이 계속 창출되지 않을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업황이 좋거나 원자재 가격하락 연문에 실적이 반짝 좋아졌거나 시장지배력이 없는 기업들이다.

하지만 그는 “사업을 전망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고 털어놨다.

산업이 커지는 것과 그에 속한 기업 가운데 어떤 기업이 돈을 벌 것인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

“반도체 재료나 액정표시장치(LCD) 재료를 만드는 일부 기업을 탐방해 보면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분야에서 독점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더러 있지만 당장 투자는 못해요. 정말 독점인지 모를뿐더러 독점이라고 해도 시장을 지배할지, 다른 기업이 더 좋은 무언가를 만들어낼지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 상무는 ‘직관력’으로 기업을 평가한다고 했다. 마치 가치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이 회사를 수도 없이 탐방하고 공장 생산 직원과 술을 마시고 어울리며 기업 문화를 파악한 후 투자한 것처럼.

하지만 그래도 단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이 상무는 “전문가처럼 분석하기 힘든 일반투자자는 반짝 뜨면 투자했다가 떨어지면 팔아 손해를 보기 마련”이라며 “반드시 장기 투자하고 아는 종목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韓投증권 이채원 상무는…▼

△1964년생△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1988년 동원증권 입사

△1996년 동원투자신탁 입사

△1998년 주식형펀드 안정형 부문

수익률 1위

△2004년 동원투자증권 자산운용실 상무

△2005년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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