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기정]‘대충대충’ 통계청 조사

  • 입력 2005년 9월 20일 03시 04분


코멘트
“솔직히 일부 통계는 참고만 할 뿐입니다. 질문지 몇 개 뿌려서 취합한 내용으로 경기 동향을 파악할 수 있겠어요?”

최근 경제부처의 한 고위 관료는 사석에서 통계청의 조사 자료에 대해 심한 불신을 내비쳤다. 그는 통계보다는 주가와 자금 동향을 보고 경제 흐름을 분석한다고 했다.

통계청의 통계가 정부 안에서도 불신 받는 이유는 부실한 조사 과정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통계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조사원들의 업무 수행 방식이나 통계의 신뢰성 문제를 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박모 씨는 “통계청에서 전화로 우리 회사의 종사자 수를 물었는데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주고 말았다”며 “공문도 없이 전화로 하는 설문조사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정모 씨는 “조사원들이 ‘대충 적어 주면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하는데 그렇게 조사를 해서 그 통계가 정확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심지어 조사 대상자가 정확히 모르니 다음에 알려주겠다고 했는데도 “대충 알려 달라”고 사정하는 조사원까지 있다고 일부 누리꾼(네티즌)들은 전했다.

통계청은 총 53종의 경제·사회 통계를 작성하는 정부의 중앙통계기관이다. 5년에 한 번 실시하는 인구주택센서스부터 매달 집계하는 실업률 통계까지 다양한 자료를 만든다.

이 통계를 기초로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기업은 향후 경영계획을 짠다.

하지만 조사 대상인 기업이나 개인이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그 통계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통계청은 갈수록 조사 협조를 받기 어려운 데다 부족한 예산 때문에 조사원도 모자란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인터넷에 쏟아지는 비판을 검토해 보면 단순한 인력 부족을 넘어 성의 부족, 교육 부족의 문제가 나타난다.

지난달 행정자치부, 국세청, 건설교통부의 부동산 관련 통계가 제각각이어서 여론의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저마다 조사 대상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졌다.

통계청은 국가 공식통계를 만드는 기관으로서 조사방식에 문제는 없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국가통계가 불신을 받는다면 도대체 무엇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고기정 경제부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