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황동준]병력감축, 첨단군사력으로 보완해야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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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최근 2020년을 목표로 한 국방개혁 초안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함으로써 군 개혁의 윤곽이 드러났다. 현재의 병력 68만 명을 2020년까지 50만 명 수준으로 줄이고, 육군은 1, 3군을 통합해 지상작전사령부로 개편하고 군단과 사단 수를 감축하며, 해·공군의 지휘계선도 단축한다는 것. 또한 예비군 병력을 현재의 300만 명 수준에서 150만 명 수준으로 정예화하고, 간부 대 사병 비율을 현재의 25 대 75에서 40 대 60으로 간부 비율을 높이는 내용 등이다.

군 개혁 문제는 과거 정부 출범 때마다 제기돼 7차례의 국방개혁 시도가 있었지만 안보현실에 대한 우려와 군 내부의 반발에 부닥치거나 정권이 바뀌는 바람에 모두 부분적인 개선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에 국방개혁을 법제화해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은 늦은 감이 있으나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의 위협이 실존하는 안보 상황에서 국방개혁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2003년 한국의 국방비 규모는 세계 11위이나 병력 1인당 국방비는 세계 62위였다. 대표적인 병력집약적인 군대다. 안보특성상 어쩔 수 없이 이와 같은 병력집약적인 군 구조를 지금까지 유지해 왔으나 이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정보·과학기술의 발전, 전쟁 양상의 변화와 병역 자원의 한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군 구조를 대폭 바꿔야 할 시점이 됐다고 본다.

이번 국방개혁은 2020년을 목표 연도로 하고 있다. 국방개혁에 성공하려면 여러 면에서 좀 더 세밀하게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목표 연도인 2020년 한국군의 모습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군단과 사단 수를 줄이고 병력을 감축하는 데 그치지 말고 미래의 다양한 위협에 어떠한 군사력으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강한 군대를 만드는 청사진’을 먼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병력 규모에 대한 문제다. 이번에 제시된 2020년 50만 명의 병력은 여전히 병력집약적인 군 구조가 아닌가 생각된다. 프랑스는 1996년 50만 명을 2002년 35만 명으로 줄였고 영국은 1990년 31만 명을 2000년 21만 명으로 줄였다. 북한의 위협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으나 15년 뒤인 2020년도 목표 병력에 대한 좀 더 심층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 물론 현재의 68만 명에서 18만 명을 줄이는 것은 군으로선 대단한 결단이지만 과연 우리의 가용 국방예산에서 5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고가의 첨단군사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된다.

셋째, 국방개혁 성공의 핵심은 가용 국방예산이다. 급여 및 장병복지 등의 인력운영비, 병영개선비, 장비유지비 등의 증가추세를 고려할 때 매년 10% 이상의 국방예산이 증액되어야 이번에 마련된 국방개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회와 정부는 국방개혁에 필요한 적정 예산을 보장해 주고 군은 프랑스, 영국과 같이 병력 감축을 개혁 초기에 시행해 절감된 군 운영비로 전력을 증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넷째, 병력 감축에 따른 제대 군인 대책도 국방개혁안과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아무리 국방개혁법을 제정해 개혁을 추진한다 해도 합리적인 제대 군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개혁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방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성원 문제다. 이번 국방개혁은 15년에 걸친 계획이기 때문에 군과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이해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강하고 활기찬 정예 한국군 건설’을 위한 청사진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황동준 안보경영연구원장 전 한국국방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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