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태성/기업 중심 ‘기업도시’ 만들자

  • 입력 2005년 7월 1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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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원 원주시, 충북 충주시, 전북 무주군, 전남 무안군 등이 ‘기업도시’ 예정지로 선정됐다. 기업도시란 기업이 직접 필요한 용지를 확보하고 다양한 기능을 유치해 기업 활동에 유리하도록 개발하는 도시를 일컫는다. 지역 발전을 유도해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토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국토개발계획과 동일하지만 ‘기업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개념이다. 정부는 최종 결정 과정에서 기업도시 선정 평가위원 60명의 의견을 듣고 ‘재무 건전성이 높은 기업의 추가 참여와 시설 내용 및 규모의 합리적 조정’을 승인의 조건으로 명시했다.

이는 기업도시가 견실한 기업이 참여하고 기업이 중심이 되며 시장 논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재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도시를 추진해 나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민간 기업 특히 재벌 기업에 대한 의혹과 불신, 정치 논리에 지배받기 쉬운 중앙 및 지방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 지방경제의 취약성, 그리고 투기세력에 의한 땅값 앙등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기업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지방자치단체, 주민 등 4자가 손을 마주 잡는 상생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기업의 이익과 도시의 공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는 기업 친화적 경영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기업이 마음 놓고 개발에 참여 할 수 있도록 중복 규제를 개선하고 기업도시 개발이 생산적이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해당 지역의 땅값이 치솟고 있는 만큼 지가(地價)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염려가 가신 것은 아니다. 자칫 땅값이 개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므로 앞으로도 강력한 지가관리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또한 기업도시로 선정된 지자체는 현 시점부터는 뒷전으로 물러나,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시를 건설해 나아가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공공의 개입이 자칫 기업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에서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기업에 대한 준조세 요구도 과감히 단절되어야 한다.

특히 지역의 숙원사업을 기업도시에서 해결하려는 등의 요구로 개발이익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개발이익은 기업과 주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민간 개발이 이윤 추구 과정에서 난개발 등의 문제를 야기하여 왔다면, 이번 기업도시의 참여에서는 종래처럼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곤란하다. 기업도시에 토지수용권, 세제·부담금 감면, 기반 시설에 대한 국고 지원, 그리고 교육 및 의료기관 설치 등에서 특혜적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개발이익의 사회적 재투자와 도시공간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기업이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도시가 몇몇 기업의 상징탑 역할에 그치는 것 역시 막아야 할 것이다. 해당 지역 전략산업과의 연계를 도모하고 주변의 대학 및 자원과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지역의 중심 거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기업도시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 부담은 국민 특히 지역 주민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그 때문에 지역 주민의 관심과 참여는 사업 추진의 필수 전제라 할 것이다.

기업도시의 성공 여부는 도시의 크기로 결정되지 않는다. 건전한 기업의 참여와 내실 있고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기업 친화적 환경 마련이 성공의 관건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10년 뒤 기업도시에 환한 불이 밝혀지길 기대한다.

서태성 국토연구원 국토계획·환경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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