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중 頂上 북핵 걱정만 하고 헤어졌나

  • 입력 2005년 5월 9일 0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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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8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 표명’과 함께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외교통상부는 회담 후 브리핑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고, ‘북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도 거론됐느냐’는 질문에 “대답 않겠다”며 비켜나갔다. 두 정상이 발표된 내용 외에도 여러 가지를 논의했음을 짐작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실망스럽다.

북한의 핵 실험 징후를 포착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미 NBC 방송은 “북핵 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미군(美軍)이 북의 핵시설 선제공격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보다 실효성 있는 대북(對北) 경고나 입장 표명이 나왔어야 했다. 중국으로선 북핵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돼도 거부권 행사를 안 할 것이라는 ‘낮은 수준의 암시’라도 줬어야 했다. 1994년 북핵 위기 때도 중국은 막판에 거부권 행사 포기를 시사했고 이것이 결정적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만들었다.

시간은 많지 않고 선택의 폭은 좁아 보인다. 차제에 한미 양국은 대북 지렛대로서 중국의 힘을 과신(過信)해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외교부의 북핵 담당 실무자는 엊그제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서 동시에 핵 포기의 대가까지 얻으려고 할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별도의 핵 폐기협상, 곧 북측의 주장대로 ‘군축협상’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접근 방법을 재검토해 볼 때도 됐다고 본다. 중국과의 외교적 노력은 그것대로 강화해 나가되 이제는 모든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승주 전 주미대사도 “미국이 북핵 문제를 안보리에 넘긴다면 내년까지 미루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미 정상의 신뢰를 받는 인물들끼리 공동 전략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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