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가짜 돈

  • 입력 2005년 4월 1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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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모든 일의 원동력’이라고 한 사람은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다. 그는 가짜 돈을 만들어 쓰다가 들통 나는 바람에 고향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후세에 이름을 남긴 철학자로서는 꽤 고약한 이력이다. 미국 시인 칼 샌드버그는 ‘돈은 권력, 자유, 휴식, 그리고 모든 죄악의 뿌리이며 축복의 합계’라는 명언을 남겼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잡을 수 있다’는 한국 속담도 있다. 모두 돈의 위력을 풍자한 말이다. 가짜 돈이 끊이지 않는 것도 돈의 힘 때문이다.

▷갈수록 가짜 돈이 늘고 있어 금융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요즘 횡행하는 가짜 돈은 반은 진짜고 반은 가짜인 5000원권, 컬러복사기로 인쇄된 100만 원권 수표, 100달러짜리 초정밀 위폐인 ‘슈퍼노트’다. 일부는 너무 정교해 은행 직원이 속기도 했다. 특히 ‘슈퍼노트’는 육안은 물론 웬만한 위폐감식기로도 감별해 내기 어렵다고 한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처럼 위폐범을 감식가로 채용해야 할까.

▷위폐 감식가의 가짜 판별 과정은 크게 세 단계다. 첫 번째는 육안 관찰로 국내에서 위조된 화폐는 대부분 이 단계에서 판별된다. 두 번째는 형광램프를 비추거나 전자현미경을 통해 위·변조 방지 표시를 확인하는 단계로 일반적 위조 외화가 여기에서 걸러진다. 마지막 단계는 각종 위조 관련 자료를 이용해 특수 비법으로 가려내는 것으로 최근 나도는 ‘슈퍼노트’나 위조 유로화 감식이 여기에 해당된다.

▷문제는 일반인이다. 금융기관이 아닌 시장이나 가게 등에서 정교하게 위조된 돈을 거스름돈으로 받았을 경우 이를 어떻게 가려낼 수 있겠는가. 당국은 수상한 돈을 발견했을 경우 경찰서지구대나 112, 한국은행에 신고하라 하지만 ‘수상한 돈’인지를 식별하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전 국민이 위폐 감식법을 배울 수도 없고. 온갖 가짜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지갑 속에 가짜 돈이 들어갈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해야 하니 정말 피곤한 세상이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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