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그린피스 VS 장생포

  • 입력 2005년 3월 25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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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암각화에는 50마리가 넘는 고래와 고래잡이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울산 앞바다에서 선사시대부터 고래잡이를 해 왔음을 보여 준다. 귀신고래가 새끼를 낳기 위해 이동하는 경로인 울산 앞바다 회유해면은 천연기념물 제126호다. 장생포항은 1899년 러시아의 카이절링크 백작이 태평양에서 잡은 고래를 처리하는 곳으로 이용하면서부터 우리나라 포경(捕鯨)산업의 전진기지가 됐다. 장생포항에서는 해마다 5, 6월이면 고래축제가 열리고 올해 5월엔 고래박물관이 문을 연다.

▷1950∼70년대 장생포항에는 포경선이 불야성을 이루었고 전국 각지에서 연하고 부드러운 고래고기를 맛보려는 미식가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국제포경위원회(IWC)가 1986년부터 상업 포경을 금지함에 따라 20여 곳의 고래고기 음식점은 죽어서 떠내려오거나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로 명맥을 이어 간다. 고래는 버리는 부위가 하나도 없고 고기 부위마다 빛깔과 맛이 다르다. 고래기름은 마가린이나 인쇄용 잉크로 쓰인다. 뼛가루는 비료로 사용되고 껍질은 무두질해 가죽을 만든다.

▷올 6월 울산에서 열리는 IWC 총회에서는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서 포경을 재개하는 문제를 놓고 찬반 국가 간 격돌이 예상된다. 노르웨이와 일본이 대표적인 포경 찬성 국가다. 상업 포경이 금지되는 바람에 고래 개체 수가 급증해 바다 생태계가 교란되고 어장이 황폐해졌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만만찮다. 다른 어족의 보호를 위해 개체 수가 많은 고래 종류에 한해 ‘솎아내기 포경’이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IWC 총회를 앞두고 울산 앞바다에서 포경 반대 시위를 벌이기 위해 그린피스의 레인보 워리어 호가 한국에 왔다. 그린피스는 고래가 여전히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한다. 고래는 대부분의 시간을 물 속에서 보내므로 종류별로 정확한 개체 수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그린피스의 시위를 바라보는 장생포 주민의 마음은 어떨까. 작은 어항(漁港)도 세계 속에 있음이 실감된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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