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세정(稅政) 당국으로서는 꽤 성가신 단체다. 조세정책의 불합리를 파헤치고 관련 피해자를 모아 정부 당국자에게 일일이 따진 뒤 지나치게 많이 낸 세금을 돌려받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정부가 세제(稅制)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든 탓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많은 납세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어 ‘조세정책의 비대칭성’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정부와 거리를 두고 있는 점. 이 단체는 정부의 자금지원을 일절 받지 않는다. 대신 회원 후원금으로만 운영한다. 김 회장에게 이유를 묻자 짧지만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는 비정부기구(NGO)니까요.” 그는 제대로 된 비판과 감시는 ‘재정 독립’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
시민단체 ‘전성시대’다. 대형 국책사업을 중단시키기도 하고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낙선시킬 수 있는 힘도 얻었다. 정부 부처의 위원회 명단에는 시민단체 이름이 단골처럼 등장한다. 현 정부 들어 ‘21세기는 NGO의 시대’라는 말을 곳곳에서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납세자연맹처럼 운영되는 시민단체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자칭 ‘진보’를 표방하면서 정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한 일부 정치적 시민단체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부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유착 의혹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NGO 가운데 상당수는 비정부기구의 NGO가 아니라 ‘다음 정권 담당자(Next Government Officer)’라는 뜻의 NGO라는 비판도 나온다.
납세자연맹은 “앞으로도 정부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겠다” “정권이 바뀌어도 조세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단체가 이런 다짐을 제대로 지키고 정도(正道)를 밟아 왜곡된 한국의 시민운동에 경종을 울리고 ‘시민에게 정말 필요한 시민단체’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차지완 경제부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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