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태훈/'재산세 졸속인상' 후유증

  • 입력 2004년 8월 10일 0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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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나 서초구의 경우 재산세율을 각각 30%, 20% 깎은 반면 경기도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집단 이의신청을 해서라도 세금을 돌려받을 것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협의회 회장의 말이다.

정부가 올해 부과한 재산세는 2일 이미 납부가 끝난 상태. 그러나 재산세 과다 인상에 대한 서울시와 경기도 주민의 조세저항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서울 경기 등에서의 재산세 이의신청 건수는 4만여 건이 넘어섰다. 이 때문에 구청이나 도청에는 민원전화가 끊이지 않아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서울의 한 자치구 세무담당자는 “정부의 재산세 인상은 서민에게 큰 부담”이라며 “단계적으로 올렸어야 했는데 정부에서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과 경기도의 일부 기초자치단체 의회도 올해 재산세를 감면하는 조례를 잇달아 내놓고 이미 부과된 재산세를 소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행정자치부는 8일 지방세 과표 평가를 전담하는 가칭 ‘지방세과표평가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허겁지겁 내놓았다. 하지만 이 기관이 기획예산처로부터 직접 예산을 받는 중앙행정기관이 될 것인지, 각 지자체에서 예산을 추렴해 운영하는 공동기구가 될 것인지조차 아직 불투명하다.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재산세를 인상했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부랴부랴 세금검증기관을 만들겠다는 것. 이런 경우를 두고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 하지 않는가.

행자부 관계자도 “각 아파트 건축원가에 국세청 기준시가를 일부 감안해 재산세를 부과하다보니 주택마다 100% 정밀한 과세표준은 산출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정부 정책이 섣불리 수립됐음을 인정했다.

‘과세 형평성’과 ‘부동산투기 억제’는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세심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지방세와 관련한 과세현실화 및 세부담 경감대책을 종합 점검해야 할 것이다.

황태훈 사회부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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