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네 탓’이 경제 두 번 망친다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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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는 일만 있으면 남을 탓하기에 바쁜 청와대와 여당의 고질병이 최근의 경제상황을 둘러싸고 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병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의지나 대안보다는 거꾸로 가는 느낌의 기사가 많으며, 이는 경제에 대한 저주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보도가) 균형을 잃으면 경제는 더 어려워진다”고 맞장구쳤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대외변수의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정책 혼선, 반(反)기업정서, 집단이기주의 만연 등 이 정권의 무능이나 잘못된 정책지향 때문에 가중됐다고 우리는 본다.

언론은 그 실태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해 왔을 뿐이다. 경제위기론과 비관론도 따지고 보면 민생과 기업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가 ‘사회의 거울’이라는 언론에 투영된 결과다.

지금 민간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위기의식과 희망상실은 참으로 심각하다. 소비심리는 3년7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고 잘나가던 수출기업들의 체감경기마저 크게 악화됐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이 이들을 안심시킬 만한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경제에 대한 우려를 공박하는 데 몰두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정부와 여당의 안이한 경제인식과 무능한 대처능력에 대한 실망이 더욱 커지고 경제는 깊은 비관의 늪에 빠질 것이다.

물론 지나친 비관주의는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말로만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되뇌거나 민간을 윽박질러서는 비관론을 잠재울 수 없다. 비관론이 나오는 근본원인을 해소하고 정책에 대한 믿음을 심어 준다면 비관론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습관적인 ‘네 탓’ 타령은 정부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게 해 경제를 두 번 망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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