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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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내전은 끝났지만 시위는 그치지 않고 있다. 베이루트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가한 레바논 어린이들이 장난감 소총과 군복 차림을 하고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레바논 내전은 끝났지만 시위는 그치지 않고 있다. 베이루트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가한 레바논 어린이들이 장난감 소총과 군복 차림을 하고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토머스 L 프리드먼 지음 장병옥 이윤섭 옮김/416쪽 1만8000원 창해

이 책은 1989년 출간됐고 저자는 그 해 전미 도서상을 수상했다. 14년 전에 출간됐지만 중동지역 문제의 핵심인 이스라엘과 아랍 관계의 기본구조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문제와 중동의 현실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저자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이스라엘의 성지인 예루살렘, 미국의 수도 워싱턴 각 세 편으로 나누어 자세히 다루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스라엘의 민주화된 모습을 은연중 부각시키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편을 들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저자가 유대인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먼저 베이루트편은 현재 남부 레바논을 제외하곤 레바논이 평화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저자는 종파전쟁으로 알려진 레바논 내전과 이슬람 알라위파에 의해 자행된 이슬람 수니파 학살사건인 하마시(市) 사건 등을 부족주의, 권위주의, 근대화라는 요인으로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레바논 내전을 설명하면서 종파 지도자들이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한다. 즉 레바논 내전의 원인은 야세르 아라파트로 대변되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지도층을 포함한 레바논 상류층의 충돌을 각 종파에 전이시킴으로써 촉발됐다는 것.

이렇게 함으로써 저자는 미국이 도와줄 필요가 없는 부패에 찌든 아랍지도자들을 부각시킨다. 그러나 필자가 올해 현지를 둘러본 바로는 레바논은 미국의 신자유주의 이념을 받아들여 민주화를 추진 중이고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헤즈볼라도 미국이 바라는 대로 레바논의 제도권으로 편입되었다.

예루살렘편에는 이스라엘 치하에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이들의 인티파다(봉기)로는 막강한 이스라엘에 도전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이스라엘계 유대인의 정체성을 네 부류로 나누고 계층과 갈등이 존재하지만 극복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루살렘편은 미국 정계와 줄이 닿아 있는 미국계 유대인들에게 도움을 호소하기 위해 쓴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중동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지적한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정치가들에게 큰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아랍과 팔레스타인은 미국이 요구하는 민주화와는 거리가 멀어 그렇지 못하므로 미국이 이스라엘의 생존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금상문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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