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접대문화는 '비지니스 + 재미'

  • 입력 2002년 6월 20일 16시 26분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는 세계의 거대 금융자본이 꿈틀거리는 곳이다. 최근 부실 기업분석과 내부자거래 등으로 월가의 투자은행과 증권사 등이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월가는 거액자산가들이 아직도 가장 선호하는 투자 의뢰처다.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고액투자가인 VIP를 하나 잃을 때마다 회사의 타격이 크기 때문에 갖가지 다채로운 접대기법을 동원한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고객의 취향을 철저히 파악해 이에 맞는 각종 이벤트를 자주 기획한다. 낚시를 좋아하는 고객들을 따로 모아 3박4일의 낚시여행을 떠난다든지, 스키를 좋아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스키리조트에서 투자 설명회나 회의를 여는 방식 등이다.

이때는 항상 인베스트뱅커들이 따라가 틈나는대로 투자 및 자산운용에 대한 어드바이스 및 기업정보 등을 제공하고 계속 자산을 맡겨줄 것을 은근하게 부탁하기도 한다. 고객들은 좋아하는 스키나 낚시를 맘껏 즐기면서도 고급정보도 얻을 수 있어 이들 이벤트를 특별하게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이같은 이벤트 식 접대문화는 월가 뿐만 아니라 미국 일반기업에도 일반화되어 있으며 감동을 주기 위해 ‘깜짝 쇼’를 연출하기도 한다. 크라이슬러의 경우 고객들을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로 초청해 해질 무렵 피아노와 테이블을 헬리콥터로 실어날라 사막 한가운데서 멋진 디너쇼를 연 적이 있다. 이 행사에 참석했던 한 국내 인사는 “해질 무렵 헬리콥터에서 내려오는 흰 피아노의 장관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베스트뱅커들이 VIP고객과 스포츠 관람을 하거나 주요 공연을 함께 가는 것도 일반화된 접대문화다. 고객이 좋아하는 가수, 스포츠, 취미생활 등에 따라 각기 다르게 접대한다. 최근 끝난 미국 US오픈골프대회, 주요 테니스대회, 미프로농구(NBA), 미식축구(NFL) 등 빅게임이 열리면 투자은행들은 스카이박스와 특별 관람석을 사들여 주요 고객들을 초청한다. 또 고객이 좋아하는 가수나 성악가의 공연이 열리면 공연이 끝난 뒤 가수 등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도록 하는 등 세심한 곳까지 신경을 기울인다. 그러면서도 일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월가에서 10년 동안 활동하다가 귀국한 월스트리트컨설팅 대표 로이홍씨는 저서 ‘월가를 움직이는 15법칙’에서 월가의 접대문화는 항상 일과 여흥을 겸비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진탕 술을 마시거나 오로지 재미만 추구하는 접대방식은 월가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로이 홍 대표는 “주요고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독특한 접대방식을 개발하는 것도 월가에서 인베스트뱅커들이 성공하기 위한 요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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