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몸낮추기 진실 담겨야

  • 입력 2002년 6월 15일 22시 11분


한나라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한껏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민심을 스스로 헤아리고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며 당직자와 지방선거 당선자들에게 ‘겸손한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우리는 한나라당의 이 같은 행보가 일시적인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길 바란다. 이번 선거결과는 잘못한 정당은 반드시 준엄한 심판대에 세우겠다는 국민의 의지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국민의 기대에 어긋났던 정치 행태는 없었는지 스스로 살피고 반성할 때 ‘몸 낮추기’는 신뢰를 받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한나라당은 유념해야 한다. 또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보다 현 정권의 권력비리를 응징하는 의미에서 표를 준 측면도 없지 않다는 점도 한나라당이 겸손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민주당 박용호(朴容琥)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한 만큼 앞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쥔 다수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과반수 의석의 힘이 국회를 무리하게 운영하는 쪽으로 작용되면 안 된다. 아직 미결 상태인 국회 원구성 문제만 해도 우선은 민주당과 합의를 도출해 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한나라당이 취할 태도라고 하겠다. 정쟁보다 정책대결을 택하는 의젓함도 다수당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한나라당의 몸 낮추기가 앞으로 한층 치열해질 대선 정국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치권에는 벌써 한나라당이 말과 달리 지방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다른 당 의원을 영입하는 등 세 불리기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 문제도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보여준 교훈은 민심이 참으로 무섭다는 것이다. 민심은 정치권이 하기에 따라 순풍이 될 수도 있고 순식간에 역풍으로 변할 수도 있음을 한나라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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