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나라당의 이 같은 행보가 일시적인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길 바란다. 이번 선거결과는 잘못한 정당은 반드시 준엄한 심판대에 세우겠다는 국민의 의지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국민의 기대에 어긋났던 정치 행태는 없었는지 스스로 살피고 반성할 때 ‘몸 낮추기’는 신뢰를 받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한나라당은 유념해야 한다. 또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보다 현 정권의 권력비리를 응징하는 의미에서 표를 준 측면도 없지 않다는 점도 한나라당이 겸손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민주당 박용호(朴容琥)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한 만큼 앞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쥔 다수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과반수 의석의 힘이 국회를 무리하게 운영하는 쪽으로 작용되면 안 된다. 아직 미결 상태인 국회 원구성 문제만 해도 우선은 민주당과 합의를 도출해 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한나라당이 취할 태도라고 하겠다. 정쟁보다 정책대결을 택하는 의젓함도 다수당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한나라당의 몸 낮추기가 앞으로 한층 치열해질 대선 정국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치권에는 벌써 한나라당이 말과 달리 지방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다른 당 의원을 영입하는 등 세 불리기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 문제도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보여준 교훈은 민심이 참으로 무섭다는 것이다. 민심은 정치권이 하기에 따라 순풍이 될 수도 있고 순식간에 역풍으로 변할 수도 있음을 한나라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들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