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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8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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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가계대출은 대부분 담보대출이었고 3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액 대출이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1·4분기 은행의 가계대출 표본조사 결과’ 에 따르면 가계대출의 자금 용도는 주택구입이 56.1%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대출상환 9.4%, 사업 또는 부업 7.6%, 투자 또는 예비자금 7.2%, 내구소비재 구입 또는 생활비 1.9%, 전세 0.8%, 기타 17.0% 등이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구입 자금의 비중은 지난해 1·4분기 30.2%에서 3·4분기 46.8%, 4·4분기 50.3% 등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주택구입용 자금 대출자 가운데 무주택자는 8.6%인 반면 유주택자는 91.4%로 나타나 주택구입이 자산 증식을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가계대출의 90.5%는 담보대출이었고 신용대출은 9.5%에 그쳤다. 담보대출은 주택구입용이, 신용대출은 투자 또는 예비자금용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가계대출의 89.8%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집중됐고 지방의 비중은 10.2%에 불과했다.
대출규모로는 1억원 초과가 작년 동기보다 156.3%, 3000만∼1억원이 106.1% 각각 증가했다. 반면 1000만∼3000만원은 41.7% 증가에 그쳤고 1000만원 이하는 7.4% 줄어 고액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3000만원 이상 고액 대출은 주택구입용이 많았지만 10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은 투자 또는 예비자금(34.6%), 생활비(14.9) 등의 비중이 높았다.
이명종 한은 금융시장국 차장은 부동산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수도권에서 주택구입용 대출이 증가하고 있어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의 상승 기대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가계대출 급증현상이 앞으로 경기순환을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며 보수적인 관점에서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KDI는 18일 ‘가계대출 증가현상의 평가와 정책대응’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가계대출 급증이 당장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해치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위험관리 체제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중기적으로 주의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KDI가 특히 주목한 대목은 △가계부문의 소득에 비해 부채가 급속하게 늘고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점.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규모가 급격히 늘어 빚을 갚을 능력이 약해졌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정작 돈을 빌려준 은행들도 용처(用處)를 따지지 않고 주택담보만 믿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선진국 가계부채는 순전히 가계자금 대출이지만 한국의 가계대출은 상당부분 개인사업 자금대출을 포함하고 있어 돈빌린 개인사업자의 유동성이 취약해졌을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는 주문.
보고서는 그러나 “경험적으로 가계대출의 급증세가 부동산 가격상승에 뒤이어 나타났다며 최근 가계대출 급증세가 아파트가격 급등을 야기한 것은 아니다” 고 풀이했다. 다만 아파트가격이 올라 담보가치가 높아진 만큼 이를 토대로 가계대출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 아파트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가 상호작용하면서 추가적인 경기상승이 발생, 전반적인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KDI는 “기업대출을 인위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한 금융정책 운용은 적절하지 않다” 면서 “은행 차원에서는 대출자금의 용도와 차입자의 신용위험을 관리하는 체계를 수립하고 정책당국은 가계부문의 재무상태에 대한 정보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고 밝혔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