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대통령, ‘의혹의 핵심’ 보아야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31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오늘 오전 청와대에서 경제장관 간담회를 주재한다. 유럽 순방에서 돌아온 지 닷새 만에 처음 갖는 공식적인 자리다. 자리의 성격상 주요 의제는 청년실업 대책 등 경제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 자리에 관심이 높은 것은 단지 경제문제에 대한 ‘대통령 말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 날이 새면 들려오는 것은 온통 이런저런 게이트에 얽힌 권력형 부패 얘기뿐이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던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부 차관까지 부패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는 자리의 성격을 떠나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은 민주당 교육특위 부위원장이던 최택곤(崔澤坤)씨를 구속한 데 이어 이번 주초 신 전 차관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본란이 이미 지적했듯이 이번 사건은 단순히 최씨가 진씨로부터 얼마를 받아 신 전 차관에게 얼마를 전달했는지, 신 전 차관의 주장대로 ‘한푼도 받지 않은 사기극’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청와대 국가정보원 검찰 등 국가 중추기관이 모조리 부패 커넥션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 장남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봉투설’까지 보도돼 과연 의혹의 핵심이 어디에 있느냐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승현 게이트’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번 사건의 실체를 ‘국정원 게이트’로 파악하고 있다는 보도다.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이 지난해 수사 당시 가짜 리스트로 협박해 수사진행을 방해했고, 최근 수사망이 자신에게 좁혀오자 신 전 차관 및 정치인들의 금품수수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만 보지는 않는다. 비록 검찰이 그런 ‘심증’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의혹의 핵심은 리스트의 내용과 그 진실은 무엇인지에 있다. 또 왜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는지, 검찰의 수사진행을 방해한 인물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이러한 핵심 사항들이 가려진 채 특정인의 혐의로만 좁힌다면 국민적 의혹은 여전할 것이다.

김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인식하고 의혹의 핵심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국정 전념을 강조해 보아야 국민에게는 그 말이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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