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대학 취업담당자들이 말하는 '구직대란'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52분


“한마디로 광복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최근 극심한 취업난에 휘청대는 각 대학의 취업 담당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쏟아내는 말이다.

연세대 김농주(金弄柱) 취업담당관은 “지난해 10대 1 수준이었던 한 공기업의 경쟁률이 올해는 110대 1까지 치솟았다”며 “이에 따라 학생들의 취업률도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중앙대 취업정보과 고진우(高晉雨) 과장은 “예년까지 수백장씩 들어오던 입사원서가 요즘에는 수십장으로 줄어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내년 전국의 졸업 예정자수는 46만여명인 데 반해 일자리 수는 6만여개에 불과한 실정. 이 때문에 상당수 대학들이 올해 취업률 전망을 예년보다 20∼30%씩 낮췄다.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인 K대 취업담당자는 “매년 70% 이상의 취업률을 보였지만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의 주요인은 취업시장의 ‘젖줄’이던 대기업이 앞다퉈 인재 선발을 목적으로 수시 채용을 보편화하면서 응시 기준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

한국외국어대 취업정보실 관계자는 “최근 한 증권회사에 응시한 본교 출신 학생 70여명 중 70∼80%가 토익점수 최하 850점 이상에다 증권분석사와 투자상담사 등 각종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마다 신규 채용보다는 당장 쓸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대학생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별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한 대학 취업담당자는 “학교 차원에서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지만 별로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며 “이 상태가 적어도 2∼3년 동안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민동용·김창원기자>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