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focus]마지막 국무회의…이총리 " 무거운 책임감"

  • 입력 2001년 9월 4일 16시 58분


4일 오전 10시 정부중앙청사 19층 국무회의실로 들어서는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회의 첫 순서는 지난달 22일 건설교통부 장관에 임명된 자민련 출신 김용채(金鎔采)장관의 신임 '인사'였다. 김 장관은 "부족한 제가 중책을 맡게 돼 감사하게 생각하고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러나 돌변 상황 때문에 오늘 회의가 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여분의 짧은 회의가 끝난 뒤 진념(陳稔)경제부총리가 일괄사표 제출을 건의했다. 진 부총리는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 해임안 가결 사태의 경위가 어찌됐건 국무위원으로서 책임을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보충설명하겠다"며 진 부총리의 말을 받고서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공동여당 출신의 국회의원인 나도 한없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김 대통령이 이런 충격스럽고 유감스런 일을 맞아 획기적인 당정쇄신 방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께 (당정쇄신을 위한) 편안한 여건을 만들어드리는 게 우리의 도리"라고 붙였다.

곧이어 이근식(李根植)행정자치부장관이 미리 준비한 "최근 국정 혼란에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대통령님의 새로운 국정 운영이 가능하도록 사표를 제출하오니 재가해주십시오"라는 내용의 사직원을 국무위원들에게 돌렸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고향이자 지역구인 경기 포천으로 내려가 포천군청 행사에 참석하고 선영에도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이 총리는 정치적 결단 의 순간이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금명간 자신의 거취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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