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제약업계 지각변동 예고

  • 입력 2001년 4월 30일 18시 36분


제약업계가 강자만이 살아남는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의약분업 이후 ‘오리지널 약’(물질특허를 취득한 원 품목)과 지명도 높은 고가 약 처방이 급증함에 따라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매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 반면 특허가 끝난 물질을 모방한 ‘카피 약’으로 커 온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리지널 및 고가 약 처방 비중은 의약분업 전(지난해 5월) 43%에서 분업 후(지난해 11월) 62%로 늘어났다. 처방전이 공개됨에 따라 의사들이 효과가 입증된 오리지널 약을 선호하는 데다 실거래가 상환제로 약품 선택에 따른 약가 마진이 없어졌기 때문.

한국화이자 한국글락소웰컴 한국노바티스 한국MSD 등 주요 다국적 기업들은 지난해 평균 51.7%의 매출과 20%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400여개의 토종 제약업체들은 저조한 매출 성장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용 처방약에서 제외된 중소업체들의 도산이 잇따르고 업체간 제휴나 대기업에 의한 인수 합병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했다. 제약회사들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찾고 있다.

▽일본에 손 내밀기〓국내 일부 제약사들은 일본 메이저 회사들의 제품을 수입해 발등의 불을 끄려 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신약 개발이 늘고 있으며 구미(歐美)의 다국적 기업들과 달리 글로벌 마케팅을 본격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최근 일본의 유력 제약사인 산쿄제약의 카바페넴계 항생제 카베닌을 국내 독점 판매하기로 했다. 중외제약도 일본 상와화학연구소의 고칼륨혈증 개선제 ‘아가메이트’를, 국내 매출 1위인 동아제약도 일본 다나베제약의 항(抗)히스타민제 타리온정을 수입하기로 했다.

▽경영 안정을 위한 포트폴리오〓해외 틈새시장에 진출하거나 관계 회사에 대한 지분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종근당은 최근 네덜란드 현지 법인인 ‘파렉케미칼’에 101억여원을 추가 출자해 적극적인 해외 진출 의지를 보였다. 유한양행은 관계사인 유한킴벌리의 지분을 추가 취득했으며 동아제약도 계열사인 라미화장품의 지분을 장내 매입했다.

▽신약 개발〓제약업체의 활로는 신약 개발에 있다. 국내 상위 업체들은 80년대 말 신약 개발을 시작해 서서히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웅제약의 상처치료제 EGF와 동화약품의 간암치료제는 SK케미칼의 선플라주에 이어 올해 안에 국내 신약 2, 3호가 될 전망이다. 또 LGCI의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는 세계적 신약 1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정두채 연구원은 “현재 60여개의 신약이 임상단계에 있어 앞으로도 신약 개발이 잇따를 것”이라며 “신약 개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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