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한모/인천공항 군살빼기 나서라

  • 입력 2001년 4월 29일 18시 54분


인천공항이 동북아 중추공항의 꿈을 안고 개항한지 29일로 한달이 됐다. 개항 전의 우려와는 달리 비교적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어 취항 항공사가 45개로 늘고 여객수도 13%나 증가했다. 홍콩의 첵랍콕공항이 전산시스템 마비로 1년간 개항이 연기돼 34억달러의 경제적 손실과 국제시장에서의 신뢰감을 상실했던 것을 생각하면 여간 다행이 아니다.

▼최대위기 넘겼지만 산넘어 산▼

그러나 인천공항은 이제 겨우 개항 연기라는 위기를 넘겼을 뿐이며 자동화시스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신공항에서 완전 자동화된 통합정보시스템은 공항 운영의 중추신경이자 생명이며 경영혁신의 기반이다. 그런데도 인천공항은 시험운영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수화물처리시스템(BHS) 등 자동화시스템을 아직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공용처리시스템(CUS)에 BHS와 레이더정보자동처리시스템(ARTS) 및 비행정보시스템(FIS)을 연결해 완성되는 완전자동화시스템은 1000억원이 투자돼 개항 때까지 완공되도록 예정돼 있었다. 수화물 처리 지연이 세간의 관심사지만 항공기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비행하게 하고 이착륙시키는 데 필요한 ARTS와 FIS의 정상적 가동이 더욱 중요하다.

인천공항은 개항 지연이라는 최대의 위기는 무사히 넘겼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인력과 자금을 가리지 않고 투자해야 하므로 경제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출발부터 4조7000억원의 부채와 연 4010억원의 이자 지불로 개항 첫해에 2867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태에서 출발했다. 이런 적자 행진이 7년간이나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경영혁신은 절체절명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경영혁신을 통해 이 과제를 풀지 못하면 도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처럼 정부에서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안일한 자세를 버리고 과감한 경영혁신을 통한 자구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적자를 줄이는 방법은 비용을 줄이는 길밖에 없으며 우선적으로 합리적인 조직 구조와 최적의 인력배치가 필요하다. 또한 시행착오와 과다한 지급기준에 의한 낭비도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공항운영사업은 설비 위주의 서비스산업이어서 경쟁력이 최신 설비와 종업원의 능력에 달려 있다. 인천공항은 최신 시설과 설비를 갖췄으니 남은 것은 종업원의 능력에 달려 있다. 인력 배치가 필요한 사람의 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배치된 인력이 충분한 전문성과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서비스정신에 투철해야 한다. 건설과 서비스운영은 전문성이 다르고 종업원의 속성이 다르므로 건설 위주로 구성된 현재의 인력구조를 바꿔야 한다. 전문인력의 확보와 이미 배치한 인력에 대한 강도 높은 재교육 및 훈련도 뒤따라야 한다.

인천공항의 시간당 평균 주기(駐機)대수는 46.8대지만 피크시간대에는 50대를 넘어 수용능력 60대에 육박하고 있으며 성수기에는 제빙 주기장(12대 주기)까지 활용할 계획이지만 내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승객을 탑승교를 통해 처리한다는 계획과 달리 벌써부터 일부 승객을 버스를 이용해 항공기에 탑승시키고 있다.

▼강도높은 인력 재교육 필요▼

공항공사는 화물터미널과 급유시설은 2004년, 여객터미널은 2005년, 활주로는 200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단계 공사에 7년 정도 걸리고 포화상태가 되면 항공기의 지연과 승객의 불편이 뒤따른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착공해도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4조7000억원의 공사비 조달이 문제다. 당장 적자에 시달릴 공항공사가 자체 자금을 확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외자 및 민자 유치와 정부투자밖에 없는데 이것도 어렵고 불투명한 상태다.

인천공항 개항으로 좁은 국토의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항공국가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외국의 항공전문가나 조종사들도 충분한 인천공항의 발전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양한모(항공대 교수·항공교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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