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코막힘, 우습게 보면 큰코 다쳐요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29분


김모씨(41·회사원·서울 강남구)는 7년 전에 감기를 심하게 앓은 이후 코가 한쪽씩 번갈아가며 막히는 증상이 지속됐다. 이따금 양쪽 코가 다 막히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집 근처 약국에서 점막수축제(혈관수축제)를 사서 코에 뿌렸다.

“이 약을 1주일 이상 사용하지 말라”는 약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수시로 사용했다. 약효는 그 때 뿐이었고 약효가 떨어지면 또 막히곤 했다. 특히 잠잘 때는 거의 코로 숨을 쉬지 못했고,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바짝 말랐고 따갑기도 했다.

김씨는 가끔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도 받았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기도 하고 한약재를 다려먹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는 아내에게서 “당신이 잠잘 때 코를 심하게 골고 가끔씩 숨을 멈추기도 한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걱정됐다.

김씨의 경우 코막힘의 초기 원인은 급성비염이였으나 코가 막히자 답답함을 느껴 스스로 판단에 따라 약을 자주 사용한 결과 만성비후비염으로 진행된 것이다.

▽코막힘은 왜 생길까?〓코막힘의 원인은 주로 만성비후비염과 알레르기비염, 비중격만곡증, 축농증(부비동염) 등이다. 만성비후비염은 코의 점막이 부어서 코가 막힌 것을 말한다. 알레르기비염은 재치기, 맑은 콧물, 코막힘 등 3가지 증상이 있다.

환자는 생활환경의 변화와 대기오염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비중격만곡증은 콧구멍을 좌우로 나누고 있는 ‘칸막이 뼈’인 비중격이 여러가지 이유로 반듯한 모양을 이루지 못하고 휘어져 있어 코막힘 증상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축농증은 코 주위에 있는 뼈에 의해 형성된 공간에 염증이 생겨 누런 콧물과 코막힘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김씨에게서 일어난 증상은〓코가 막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에 비해 쉽게 피곤했다. 정신집중도 안되고 판단력과 지구력이 떨어졌다.

콧속이 심하게 부어 코를 풀어도 콧물이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으며 콧물이 뒤로 흘러 들어가 이 것을 입안으로 들이 마셔 입으로 내뱉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콧물이 숨구멍 속으로 그냥 넘어가는 바람에 기침이 끊이지 않았다. 입으로 숨을 쉬게 돼 코골이로 아내의 잠까지 설치게 만들었다. 목안이 건조해져 걸핏하면 인후염이 생겼다. 간혹 잠을 자다가 숨쉬지 않는 ‘수면 무호흡 증상’이 생기기도 했다.

▽치료〓우선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부은 코점막을 가라않히는 혈관수축제가 있다.

혈관수축제는 요즈음 스프레이 방식이 많이 나온다. 한번 사용하면 금방 효과가 있지만 1주일 이상 사용하거나 습관적으로 쓰면 처음엔 코점막이 수축돼 있다가 약효가 떨어질 때 원래 크기보다 더욱 커지는 ‘반발현상’이 생기므로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서울삼성병원의 동헌종교수는 “일반 생리식염수를 사용하여 콧속을 세척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민간요법으로 죽염 등을 코점막에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은 마치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배추가 축 늘어나는 것과 같이 코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하나이비인후과의원의 박재훈 원장은 “집에서 간단히 치료하고도 증상이 지속되면 코에 문제가 이미 생긴 것이므로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면서 “초기에 원인을 알고 약물치료를 하면 대부분 치료가 되고, 만성비염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결국 이비인후과에 가서 비경(코보개)과 코내시경(코안보개) 검사를 받은 결과 약물중독으로 인한 만성비후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30분 정도 걸려 좁아진 콧구멍을 넓히는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김씨는 수술을 받은 이후 실로 오랫만에 ‘코로 숨쉬는 행복’을 느꼈다.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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