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감원 집단사표 이유는

  • 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45분


금융감독원 직원 400여명이 11일 오후 4시 현재 정부의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같이 밝히고 “사직서 제출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또 “금감원을 중립적인 민간기구로 만든다는 가시적인 대책 마련을 문서로 약속할 때까지 사직서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직원이 제출한 사직서는 국실별로 1장 짜리 사직 이유서에 30∼40명의 직원이 잇달아 서명한 것으로 ‘정식 사직서’는 아니며 인사담당자에게 제출된 것이 아니라 비대위에 ‘맡겨 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장의 1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직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금감위―금감원 개편문제가 꼬여들고 있다.

▽무엇을 요구하나〓사직서는 “공무원 조직인 금감위가 업무를 떼내 가는 정부 방안은 감독기구의 민간화라는 당초 금감원 발족 취지에 어긋난다”고 사직 이유를 밝히고 있다. 정부는 98년 은행 보험 증권감독원 등을 금감원으로 통합하면서 ‘독립적인 금융감독기능을 수행토록 하고 금융감독업무를 통합해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번 정부안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 주식거래 행위를 조사하는 공무원 조직을 만들고, 금융정책 실무를 금감위가 가져가는 것으로 돼 있다. 결국 현장 검사, 감독 정책, 주식조사라는 3대 업무 가운데 현장 검사 업무만 남겨진다는 것이 금감원 직원들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현재 상황과 달라질 것이 없다고 위원장까지 나서서 설명했는데 금감원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의 과제〓금감원은 철저하게 ‘공무원이 업무를 늘려 가면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관치금융 폐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반대하는 일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도 관치 금융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금감원은 지난 3년간 금융구조 실무를 맡으면서 정부가 주도한 관치 금융의 손발 노릇을 해왔기 때문이다.

비대위의 다른 관계자는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사전협의하지 않아도 되는 독립적인 감독기구가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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