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LG만 가면 왜 이렇게 잘해?"

  • 입력 2001년 1월 18일 18시 34분


박도경
‘강남에서는 귤이지만 북쪽에 가면 탱자가 된다’(南橘北枳)는 말이 있다.

그러나 국내 프로농구판은 다르다. 조성원이나 조우현은 올시즌 LG 세이커스 유니폼을 입으며 거꾸로 ‘탱자에서 귤이 된’ 케이스.

이들뿐만이 아니다. 최근 SK나이츠에서 LG로 이적한 뒤 첫 경기인 17일 삼성 썬더스전에서 승리의 숨은 공신으로 활약한 박도경도 ‘귤’이 될 가능성을 보였다.

박도경은 SK에서 큰 키(2m2)에도 불구하고 순발력이 떨어지고 서장훈이란 국내 최고 센터에 가려 출장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다. 그러다 올 시즌 서장훈이 부상으로 결장하자 대역으로 나섰지만 경기당 1.3득점 1.6리바운드 0.2어시스트로 기록은 초라했다.

이런 박도경에 대해 트레이드 의사를 내비친 쪽은 SK. 서장훈의 공백으로 골밑장악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선수가 필요하던 SK측에서 지난해 12월초 허남영과 맞바꾸자고 제의했으나 LG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하지만 다른 팀에 비해 골밑이 약한 LG의 눈에 박도경이 점점 커 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LG는 두 차례나 SK측에 박도경을 요청해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13일 극적인 합의를 이뤘던 것.

우여곡절 끝에 LG에 둥지를 튼 박도경은 17일 삼성전에서 스타팅으로 출전, 22분을 뛰며 삼성 공격의 핵인 아티머스 맥클래리를 20점으로 묶고 자신은 4득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빛나는 활약을 했다.

시즌 개막전 일찌감치 양희승과 유니폼을 바꿔 입은 조성원은 현대에서 활약했던 3시즌동안 경기당 득점이 14점에 불과했으나 올들어 27.1점으로 늘어나며 토종 최고의 골잡이로 자리잡았고 동양에서 벤치를 오가던 조우현도 중앙대 시절 스승인 LG 김태환감독밑에서 팀의 붙박이 포인트 가드로 활약하며 팀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김태환감독은 ‘LG에 가면 펄펄나는’ 이적선수들의 활약에 대해 “공교롭다는 말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면서도 “선수들의 장점에 맞는 역할을 부여한 것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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