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금시장 돈은 도는데… 아직 '반짝효과' 안심 이르다

입력 2001-01-17 18:39수정 2009-09-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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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 봄기운이 돌기 시작할 조짐이다.

정부의 잇따른 금융시장 안정조치에 힘입어 은행과 제2금융권의 자금이 서서히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 하지만 상당수의 금융전문가들은 아직 ‘관제(官製)’성격이 짙기 때문에 실물경제 회복과 기업구조조정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장경색은 다시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금시장의 ‘혹한’ 풀린다〓두산 코오롱 등 중견 대그룹이 이 달 들어 은행으로부터 약 4000억원을 빌린 것을 비롯해 15일까지 은행권의 대출규모는 1조9000억원이 늘었다.

삼성 SK 롯데 등 일부 그룹을 제외하고는 우량 기업들에까지 무차별적으로 대출문을 닫아왔던 은행들이 선별적으로 자금을 서서히 풀기 시작한 것.

회사채 발행과 기업어음(CP) 발행도 15일까지 각각 4394억원과 4조7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그동안 시장에서 거래가 여의치 않았던 대한제당 한국제지 현대상선 등의 ‘BBB등급’ 회사채와 A3 등급의 기업어음이 거래되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국고채 금리의 연중 최저치 경신과 함께 회사채 금리도 동반 하락해 기업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고 있으며 신용등급간 회사채 금리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 박철원조사역은 “기관투자가 등이 주 운용대상인 국고채 값이 비싸지면서 새로운 수익처를 찾아 회사채와 기업어음 및 증시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선순환구조로 가나〓전문가들은 최근 자금시장 호전의 원인으로 △산업은행의 회사채 긴급 인수 △신용보증여력 확대 △은행의 자산건전 감독기준 탄력 적용 등 잇따른 정책이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엥도수에즈WI카증권 이옥성(李玉成)지점장은 “중장기적으로 부담이 되겠지만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며 “외국인의 관점에서는 유동성 보강과 실물부문의 불확실성 제거라는 단기호재로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시장이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같은 자금시장 안정 기미를 호재로 받아들여 자금이 증시에 유입되면서 고객예탁금은 지난해 말에 비해 15일 현재 2조5000억원이 불었다. 즉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호황이 기업의 자금사정 완화와 기관투자가의 투자여력 회복 등으로 이어져 금융시장 선순환의 고리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주은투신운용의 백경호(白景皓)사장은 “정부 주도의 자금대책은 오래 지속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자율적인 자금흐름의 선순환구조가 시장에서 빨리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향후 과제는〓다수 전문가들이 정부가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을 덜어준 만큼 이 기간만이라도 부실기업 정리와 기업의 수익력 확대를 통한 부채상환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의 조정자 역할을 계속하는 한편 일정 정도의 수요진작책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권재중(權才重)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정책에 편승해 부채 감축노력과 기업구조조정을 게을리 한다면 하반기에는 정부의 정책으로도 기업부실을 감당 못하게 될 수 있으며 이 같은 자금안정책이 계속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이훈·이철용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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