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내년 주가 어찌되나 …'비관론 300p, 낙관론 800p' 팽팽

  • 입력 2000년 12월 30일 12시 01분


"정부가 경제정책의 우선 순위를 구조조정보다는 경기부양으로 옮겼기 때문에 내년도 국내증시는 올해보다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다."(김철중 쟈딘플레밍증권 부장)

"국내외 악재는 올해 상당부문 반영됐다, 내년도 증시는 대세하락기의 마무리 국면이다. 가급적 긍정적인 측면을 보려고 한다."(김기환 삼성투자신탁운용 상무이사)

2001년도 국내증시를 바라보는 상반된 견해다.

전자는 정부가 경기부양으로 선회하면서 구조조정을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에 올해보다 비관적이라는 견해를 피력한다. 내년도 예산(100조 2000억원)의 70%가량을 상반기에 집중투자해서 경기급락을 방지하겠다는 정부발표는 사실상 '더이상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주장한다. 현정부가 '내년 2월말까지 4대부문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겠다'는 그간의 공언과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

특히 연초부터 가시화될 DJP공조로 그나마 유지되던 현정부의 개혁색채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DJP공조의 한축인 JP의 세밑휘호가 '조반역리(造反逆理)' 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주장한다. 즉 '기존 질서를 뒤짚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라는 세밑휘호에서 더 이상 구조조정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현대건설 채권단은 내년 상반기 상환해야 할 1조 6216억원의 차입금을 2001년 6월말까지 만기연장해주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여기서 나아가 채권단에 4000억원을 신규로 요청하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실은행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정부의도가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철중 쟈딘플레밍증권 부장은 "한국정부가 구조조정을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여러 이유로 한국비중을 줄이려던 외국인들에게 결정적인 매도동기를 부여해 준 셈이다"고 전망했다.

즉 한국경제의 성장률 둔화에 따른 주식투자의 기대수익률 하락과 과도한 주식보유비중(29%)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텔레콤 한국통신에 대한 편중된 포트폴리오의 교체필요성 등으로 한국비중 축소를 검토하던 외국인들이 한국정부의 구조조정 포기로 한국주식매도(Sell Korea)에 나설 것이란 설명이다.

이남우 삼성증권 상무도 "외국계 헷지펀드중 상당수가 삼성전자를 연초부터 매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가격이 바닥권에서 벗어나는 3분기전까지 삼성전자 약세에 따른 국내증시의 조정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여기다 구조조정 지연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경우 외국인들은 매수보다는 매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업체를 위해서라도 한국정부도 원화절하를 용인할 것으로 보여 외국인들의 국내증시 이탈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씨티은행은 주식이나 채권시장보다 환율시장에서 한국정부가 구조조정 지연의 대가를 지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환율급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물론 비관론자들도 내년도 국내증시가 간헐적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인정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FRB가 금리를 인하하거나 정부의 각종 경기부양책 등이 나올 때마다 증시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비관론자들의 전략은 '반등시 주식보유비중 축소'다.

결론적으로 비관론자들은 내년도 기술적인 반등이 예상되지만 대세하락기조는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구조조정에 실망한 외국인들이 대거 이탈하고 현대건설, 현대전자, 쌍용양회 등의 유동성 문제가 재발할 경우 300포인트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긍정론자들은 내년도 국내증시가 하반기부터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비관론자들이 주장하는 악재는 이미 올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논박한다.

김기환 삼성투자신탁운용 상무는 "미국과 국내경제성장률 둔화와 기업수익성 악화 그리고 한계기업 퇴출 부진 등은 시장참가자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악재다"며 "1년동안 50%이상 조정을 받았기 때문에 경기가 바닥권을 벗어나는 내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 상무의 견해는 국내 대다수 증권사들의 내년도 주식시장 전망에서 나타난다.

'1/4분기까지 하락요인이 지배하나 2/4분기 중후반부터 상승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종합주가지수는 450포인트에서 750포인트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다.'(동원경제연구소)

'내년 4/4분기부터 확연한 상승세로 돌아선다. 700포인트를 넘을 것이다. 1/4분기 후반과 2/4분기 초반, 3/4분기에 유동성 장세가 예상된다.'(LG투자증권)

'미국경제의 연착륙 가능성과 구조조정의 지속 등으로 1/4분기를 저점으로 하향추세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저점인 450포인트를 지지선으로 최고 8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한국투자신탁증권)

이들 증권사들이 내년도 국내증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논거는 △사상 최대규모의 유동성 △국제원유가격 하락 △은행통폐합 등에 따른 금융시장 정상화 △반도체가격 회복 등을 전제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비관론자와 긍정론자중 어느 쪽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가.

아직은 긍정론자의 시각이 각종 언론매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들은 주가상승을 바라는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의 '열망'에 힘입어 희망썩인 '주가상승'을 강조하고 있다. 주가하락에 따른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정부의 바람과도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긍정론자들도 한결같이 '한계기업 퇴출 등 구조조정을 보다 강력히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구조조정이 잘 돼야 외부환경의 호조시 국내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에서 이들의 논리적 설명력은 상당부문 훼손된 것처럼 보인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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