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근의 음악뒤집기]펑크 록의 유연한 해석, 그린데이 'Warning'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3시 15분


대중음악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록음악은 젊은이들의 자유로움과 반항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런 록음악의 여러 분파 중에서 기성사회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장르는 바로 '펑크 록'이다.

'펑크 록'은 그동안 단순한 코드진행과 '네 멋대로 해라' 식의 메시지 탓에 대중성과 음악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90년대 초 너바나를 기점으로 일기 시작한 얼터너티브 음악의 폭풍이 잠잠해질 때쯤 발표된 '그린 데이'(Greenday)의 'Dookie'는 8백만장 이라는 경이적인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며 기존 펑크 음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냈다.

펑크 음악이 가지고 있는 직선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던 'Dookie' 앨범은 귀에 달라붙는 멜로디와 농담 같은 불평들로 그린데이를 단숨에 90년을 대표하는 펑크 록 밴드로 자리잡게 했다. 비록 단순, 반복, 질주라는 펑크음악 본연의 모습에서 벗어난 거리감으로 '펑크 록의 이단자'라는 누명을 쓰긴 했지만 이들의 'Dookie'는 90년을 대표하는 음반으로 기록됐다.

이후 95년 'Insomniac'를 발표하며 악동의 명성을 이어가던 그린데이는 97년 'Nimrod'를 통해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펑크 록 본연의 비판의식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감성을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조된 멜로디와 혼 섹션, 바이올린, 하모니카의 다양한 악기구성을 통해 장난기 어린 악동에서 성숙한 성인의 모습으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이다.

3년만 발표된 세 악동의 신보 'Warning' 역시 이런 전작의 변화를 이어간다. 앨범 타이틀 'Warnig'은 'Dookie'로 그린데이를 기억하는 팬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들릴 만큼 유연하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접어든 그린데이 멤버들은 이제 팝과 펑크 음악의 조합을 시도하고 있다. 거침없이 몰아치는 펑크 음악의 속도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밴드 특유의 자학적인 모습 역시 밝고 희망찬 분위기로 바꿨다. 특히 이런 변화는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는 'warning'과 'Church on Sunday'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그린데이가 밴드 본연의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4분을 넘지 않는 짧은 곡 구성, 반복되는 리듬, 쉬운 곡 구성이 돋보이는 'Fashion victim' , 'Castaway' 같은 곡은 이들이 만들어온, 쉽지만 감각적인 펑크 록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앨범보다 깔끔해진 곡 진행과 어쿠스틱 사운드를 통해 시도되고 팝 적인 그린데이의 자기혁신은 앞으로 진행될 밴드의 또 다른 변신을 짐작하게 한다.

류형근<동아닷컴 객원기자> atari@donga.com

♬ 노래듣기

  - Warning
  - Mino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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