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공무원 연금혜택 축소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8시 30분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이달 초 입법예고된 개정안에 찬성하는 측은 수입은 적고 지출은 많은 지금의 기형적인 연금구조를 수입은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쪽으로 바꿔 바닥난 연금재정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무원직장협의회 한국교총 전교조 등 관련 단체들은 법 개정에 앞서 공무원 보수를 현실화하고 근로기준법 수준의 공무원 퇴직금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위원회를 구성해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찬성:바닥난 재정 정상화위해 당연▼

공무원연금이 마침내 국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1960년 도입돼 퇴직공무원의 노후를 떠받쳐온 공무원연금이 2001년부터 재정부족분을 세금으로 메우게 됐다. 그동안 퇴직자에게 지급한 연금급여가 높았고 구조조정으로 퇴직자가 늘어 일시에 기금 지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는 내년도 예산에 8600억원을 마련해 연금적자를 메운다고 한다. 이제 모든 가구가 퇴직공무원을 도와주기 위해 한 해 7만원이 넘는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개정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이 부담액은 12만원을 넘게 되고, 그것도 매년 늘어날 것이다.

위기상황을 맞아 법을 바꿔 연금이 장기간 유지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이견은 없는 것 같다. 세 부담 증대를 우려하는 국민과 제도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행자부는 물론이고 개정 법안에 반대하는 단체들도 법 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두드러진 차이점은 국민과 행자부가 급여를 줄이자고 하는 데 반해 반대단체는 급여를 손대지 말자고 하는 점이다. 반대단체는 연금재정이 부실해진 이유로 정부의 낮은 부담, 정부부담분 기금 전가, 기금운용의 잘못, 무리한 구조조정, 정년단축 등을 들면서 정작 큰 이유인 급여구조를 빼놓는다.

30년을 근속하면 퇴직 후 ‘퇴직 전 총급여의 5할’ 정도를 매달 연금으로 받는데 이 연금이 매년 늘어나 퇴직 후 20년쯤 될 무렵에는 실질가치로 ‘퇴직 전 총급여’에 육박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퇴직공무원에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높은 연금을 지급하다가 기금이 고갈되고 말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닌다.

그런데도 반대단체는 급여 삭감으로 이어지는 지급개시연령의 단계적 인상과 급여의 물가상승연동에 반발하면서 정부의 갹출료 부담만을 크게 늘리라고 주장한다. 또 부실하게 기금을 운용한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한다.

사학연금이 공무원연금을 준용하기 때문에 필자도 개정법안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정법안이 통과되면 갹출료 부담은 올라가고 장래의 급여는 깎일 것이다.

그렇다고 반대단체처럼 “우리 부담은 시늉으로만 늘리고 향후 발생할 추가적인 부담은 대부분 국민부담으로 떠넘기자”고 말할 수는 없다. 기금부실의 큰 원인인 잘못된 급여구조를 손대지 말고 정부와 학교당국의 부담만 늘리자고 주장하는 것이 여간 낯두꺼운 주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연금을 받는 퇴직공무원과 교원보다 여유 있는 노령자가구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당국을 포함한 입법 관계자들에게 세 가지만 추가적으로 주문한다. 첫째, 급여조정을 물가상승연동 방식으로 확정하고 단서조항을 삭제할 것과 둘째, 일시금과 연금 선택시의 불공평과 연금 때문에 소득격차가 재직시보다 퇴직 후에 확대되는 불공평을 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년 미만 근속자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에서 검토가 있기를 기대한다.

배준호(한신대 교수·경제학)

▼반대:보수 현실화없이 희생만 강요▼

공무원연금은 그 출발점이 공무원의 퇴직금제도로 1988년 국민연금이 생기면서 연금으로서의 성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으며 1991년 퇴직수당 신설 등으로 이제 막 연금적 성격을 갖춰 나가고 있다.

공무원연금제도의 개정과 관련해 정부는 이를 추진하기 전에 먼저 공무원들의 보수를 현실화해야 하고 근로기준법 수준의 퇴직금제도를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또 정부가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것을 공무원이 납부한 기금으로 운영하는 공무원후생복지사업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가 연금관리를 위해 설치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운영비를 공무원 기금으로 부담해서는 안되고 당연히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민간기업의 퇴직금제도와 산재보험, 국민연금을 혼합한 종합적 사회보장제도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제도를 순수연금과 비교하기에는 많은 차이가 있으므로 공무원의 퇴직금제도와 민간기업의 퇴직금제도를 비교해 정부의 연금법 개정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첫째, 공무원에게는 퇴직금제도가 없다. 그나마 퇴직수당이란 것이 있는데 근로기준법의 평균임금보다 턱없이 적은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재직기간 5년 미만의 공무원에 대해서는 재직기간의 10% 밖에 지급하지 않는다.

둘째, 공무원연금은 재직기간 중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탄핵 또는 징계에 의한 파면시 지급 급여액을 재직기간 5년 미만인 경우 4분의 1, 재직기간 5년 이상인 경우 2분의 1을 감액해 지급한다.

셋째, 민간기업 근로자는 공무상 재해를 당했을 때 산업재해보상법에 의해 보상받고 비공무상 재해인 경우는 국민연금제도로 보상을 받는데 반해 공무원은 공무상 재해인 경우만 보상받고 비공무상 재해인 경우는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한다.

넷째, 이젠 공무원도 신분을 보장받지 못하는 직업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고용보험제도 도입으로 공무원들에게도 재취업 기회를 줘야 한다.

공무원퇴직제도는 아직도 민간기업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연금의 고갈원인과 부실 운영의 책임자를 정확히 밝히고 장기적인 개선안을 만들어야 함에도 단지 정부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공무원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연금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공무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해 그 부담을 국민에게까지 전가시키려 하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운영중인 후생복지사업을 점차적으로 인수해 그 재정을 공무원연기금으로 환원시키고 그 운영을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위탁해야 할 것이다. 또 공무원연금심의위원회에 당사자인 공무원 대표가 참여해 기금 운영을 투명하게 할 수 있도록 상임위원회를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공무원단체가 요구하는 정부 공무원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공무원연금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연금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박종득(부천시공무원직장협의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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