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판교 신도시 생기면 수도권 집값 어떻게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9시 15분


내년 봄쯤 수도권지역에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계획이었던 회사원 허태열씨(39·LG건설 차장)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최근 정부가 서울 수도권의 주택난 해소를 위해 신도시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내 집 마련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정부 방침대로라면 2, 3년 후 수도권 최고 노른자위로 불리는 판교에서 아파트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서두를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자칫 그 기간 중 집값이 오른다면 내 집 마련 꿈이 더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신도시 개발 방침이 집값과 전세금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을 정리해본다. 허씨처럼 정부의 신도시 개발 방침이 발표된 이후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주택 수 십 만 가구가 짧은 기간 안에 들어서는 만큼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내린다

주택 수요자들이 주거 환경이 좋은 신도시 아파트를 노리고 내 집 마련 시기를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꼽는다. 앞으로 좋은 집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존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신도시 개발 방침은 실수요자들을 대기 수요자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수도권 최고 인기 지역으로 지목되고 있는 판교 지역 인근에 있는 분당이나 용인 지역은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91년 5월 분당 신도시 지역에서 5000가구의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수도권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해 95년까지 회복되지 못한 점도 근거로 내세웠다. 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이 갑작스럽게 늘면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는 논리다.

▼오른다

판교 등 인기 지역에 건립될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해당 지역으로 위장 전입하는 사람이 늘고 전세 수요가 증가하면 성남 시내의 집값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부동산전문지 ‘부동산플러스’ 안명숙 차장은 “인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떴다방’이 나서 분위기를 띄우면 과열 청약 양상이 빚어져 분양권 거래에 프리미엄이 붙을 공산도 있다”고 말했다.

전세금도 오른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도시 아파트를 염두에 둔 대기 수요층이 두꺼워지는 만큼 전세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란 것.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14’의 김희선 이사는 “특히 판교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성남의 경우 주택청약통장을 만들기 위해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이 늘어나 전세금이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판교신도시' 분양 받으려면

판교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이곳에서 공급될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택청약통장 가입 여부에 따라 전략을 달리 짜야 한다. 우선 청약통장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성남시로 이사가서 현지에 있는 은행에서 청약통장에 가입해야 한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상 판교지역은 20만평 이상인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해당돼 지역 거주민에게 전체 분양 물량의 30%가 우선 배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나머지 70%는 서울 등 수도권 거주 주택청약통장 가입자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성남 거주 청약통장 가입자보다 나머지 지역 통장 가입자가 월등히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성남시로 옮기는 것이 당첨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성남시 이외의 지역에서 가입한 청약통장이 있는 사람으로 1순위 자격을 갖췄다면 내년 말 이전에 성남시로 주민등록을 옮기는 것이 좋다. 이주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청약 과열이 예상되는 인기 지역일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거주 기간 제한을 두어 1년 이상 거주자에게 우선 청약권을 부여하기 때문.

부부 가운데 한명만 성남시로 주소를 옮겨 청약예금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올초부터 청약예금이나 부금 가입요건이 ‘1가구 1통장’에서 ‘20세 이상 성인’으로 확대됨에 따라 ‘1가구 다(多)통장’이 가능해졌기 때문. 그러나 위장 전입일 경우 1순위가 되고도 청약 자격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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