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日 히로시마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결산

  • 입력 2000년 8월 31일 18시 35분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하나로 최근 열린 히로시마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는 휴머니즘과 가족애를 중시한 작품이 주류를 이뤘다.

그랑프리를 수상한 캐나다의 웬디 틸비와 아만다 포비스 공동연출의 ‘하루를 시작할 때’는 도시인의 아침을 닭 돼지 토끼 등 동물들을 의인화해 묘사한 것이다.

일상 속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단상을 찾아내는 이야기 솜씨, 동물 캐릭터를 이용해 도시인의 심리를 그린 연출력, 완숙에 이른 제작기법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히로시마상(2위)을 탄 노르웨이의 피요르 사페긴 감독의 ‘집을 산 한 남자의 하루’는 쥐를 없애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던 남자가 그 쥐와 사랑에 빠진다는 독특한 소재가 ‘사랑과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건 히로시마 페스티벌의 성격과 잘 맞아 떨어진 것이다.

기노시타 렌초상은 캐나다 유진 페도렌코, 로즈 뉴러브가 공동연출한 ‘백치들의 마을’이 수상했다. 두 사람은 80년 ‘모두의 아이’로 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명콤비.

이들은 ‘백치들의 마을’에서 마치 에밀 쿠스트리차의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구성지고 흥겨운 영상을 보여주었다. 펜슬 스케치의 그림에서 컷―아웃, 오브제, 클레이메이션 등의 기법과 다양한 카메라 앵글이 정신없이 구사돼 기술적인 완성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과 안시 페스티벌에서 상을 받아 유력한 그랑프리 후보에 올랐던 알렉산더 페트로프의 ‘노인과 바다’는 우수상에 그쳤다.

이번 페스티벌의 또다른 특징은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의 벽을 허무는 작품이 많았다는 점이다. 픽실레이션이나 로토스코핑 등 실사영상을 이용하는 애니메이션 기법이 전부터 있었지만 이번에는 디지털 영상기술을 활용해 애니메이션의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랑프리를 수상한 ‘하루를 시작할 때’는 실사 영상에 얼굴만 절묘하게 동물 캐릭터로 바꾼 작품. 심사위원특별상의 ‘인디비두’, 우수상 ‘나의 아버지 이야기’ 등도 실사 영상을 활용한 작품이었다. 또다른 우수상수상작 ‘퍼먼트’ 같은 작품은 아예 실사 정지화면으로만 구성해 심사위원 사이에 수상을 놓고 가벼운 논란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디지털 영상기술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같은 영화 ‘매트릭스’, 실사 같은 애니메이션 ‘스튜어트 리틀’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장르의 통합은 어쩔 수 없는 추세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히로시마〓김재범동아닷컴기자>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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