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제개혁의지 있나 없나

  • 입력 2000년 8월 17일 19시 08분


세제개혁 차원에서 추진됐던 목적세 폐지가 또다시 부처이기주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했다. 올해도 법 개정안의 정기국회 상정 자체가 무산된 것은 정부조차 내부의 기득권 앞에서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재정경제부가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포기함에 따라 교육세는 영구적으로, 그리고 농어촌특별세와 교통세는 당초 시한인 2004년 6월과 2003년 말까지 계속 걷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과거의 예를 볼 때 이 시한도 언제까지 연장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전체 국세 가운데 목적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1% 안팎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21.3%(작년 예산 기준)를 차지하고 있어 조세제도가 얼마나 후진적 수준에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제도를 개선하기는커녕 툭하면 관련부처가 증세를 추진한다.

예컨대 교육부는 해마다 교육세의 증세를 되풀이해 주장하고 있지만 82년부터 작년까지 거둔 교육세 36조원 가운데 19조원은 징세 목적에 잘 맞지도 않는 교원수당 지급 등에 쓰였고 나머지 17조원만 교육환경개선이나 학교신설에 쓰였을 뿐이다. 다른 목적세들도 교육세의 사용 형태와 대동소이한 집행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목적세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정부 내 세제 및 예산담당 부처인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목적세를 폐지키로 방침을 세웠던 이유는 세금이 부처별 칸막이식으로 징수되고 집행됨으로써 재정운용의 탄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병폐성 부작용 때문에 과거에도 폐지가 시도된 적이 있으나 추진의지가 약해 번번이 실패했었다.

현 정권은 집권 후 가장 대표적인 개혁과제 중 하나로 목적세 폐지를 골자로 한 조세체계 간소화법의 입법을 선언해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98년부터 관계부처간 협의가 계속됐으나 이번 정부 역시 개혁의지를 국민 앞에 보여주지 못한 채 목적세는 그대로 살아남게 됐다.

정부정책의 최종 수요자는 국민이다. 국민의 뜻과 관계없이 부처간 이기주의에 의해 정책이 좌우돼 조세개혁이 포기되고 그로 인해 목적세가 계속 존립된다면 그 정부는 진정한 국민의 정부라고 할 수 없다. 비록 이번에는 국회상정이 무산됐지만 정부가 임기 내에 목적세 폐지의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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