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해커가 국내 250여개 기업체 대학 공공기관의 컴퓨터 시스템을 휘젓고 다니며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 해커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 데이터를 전송해 이들 기관의 컴퓨터 시스템을 다운시킬 작정이었다. 보안업체가 고객사 시스템을 점검하다 발견해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나라 망신을 살 뻔했다. 수법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올 초 인터넷 검색 사이트 야후, 인터넷 경매업체 e베이, CNN방송의 인터넷 사이트가 바로 이런 식의 공격을 받고 서버에 과부하가 걸려 작동불능 상태에 빠졌다.
▷해커는 본래 좋은 의미였다. 미국 MIT공대 ‘테크모델철도클럽’ 학생들이 밤마다 몰래 학교의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해 철도분기점 입체화 설계에 따른 난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집념에 찬 노력파들을 핵(hack)이라고 불렀다. 그 후 해커는 컴퓨터 시스템에 침입해 정보를 빼내거나 혼란을 일으키는 범죄자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일각에서 해커를 영웅시하는 풍조를 조장하는 것도 해커가 극성을 부리는 원인이다. 해킹은 아무리 동기가 순수하더라도 사이버 공간의 테러범죄일 뿐이다.
▷보안시스템을 깔아두면 해커 침투가 거의 불가능하고 침투 당하더라도 곧 탐지가 된다. 한국은 전산망이 잘 갖춰진 반면에 보안 관리가 극도로 허술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국제 해커들의 천국이 될 가능성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정보보호의 수요가 급격하게 팽창한 데 비해 해커와 싸울 전사도 태부족이다. 정보통신인들은 이래서 ‘10만 양병설’을 부르짖는다. 정부차원의 대책마련도 시급하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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