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바이오벤처 "몸집부터 빵빵하게"…자본금 100억대 등장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25분


식물유전공학 연구및 유전자 치료제 개발업체인 싸이제닉은 지난달 무한벤처투자조합 등으로부터 130억 원의 자본금을 끌어들였다.

95년 창업한 싸이제닉이 이처럼 대규모 자본금을 조성한 것은 우선 신약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는 치매 치료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4월에 기능성식품인 ‘알치마(Alzhima) 176’을 선보여 치매환자 가족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으며 자본금 유치 후 중독성 없는 진통제 개발에도 착수했다.

또 SK케미칼은 단백질 생성 원리를 규명할 바이오칩 개발에 들어가기 위해 서울대암연구소에 100억원을 출자, 바이오벤처기업인 ‘인투젠’을 13일 공동설립한다.

김대기(金大起)SK생명공학연구소장은 “유전체 기능연구와 신약 개발작업을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을 집중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인간게놈프로젝트(HGP)초안 발표후 생명공학 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코스닥 시장에 등록하기 전에 100억원 이상 자본금을 갖춘 바이오벤처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본금 100억원대를 넘어선 바이오벤처는 마크로젠 이지바이오 대성미생물 등 3개 업체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코스닥에 등록한 뒤에야 이같은 규모의 자본금이 조성됐다.

업계는 바이오벤처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하기 전 대형화하는 것에 대해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험실 창업’ 단계에 머물고 있던 국내기업이 대규모 자본금 유치 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것.

메디슨과 무한벤처투자조합은 국내 유명 대학의 유전공학연구소에 100억 원을 출자, 단기간 내에 HGP의 선진 기술을 들여와 생물정보학과 간질환 치료제 등 개발하는 벤처 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대규모 자본을 조성한 바이오벤처기업은 재투자를 전담하거나 소규모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바이오 지주회사’로서의 지위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싸이제닉은 식물유전공학 부문 등에서 5∼7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며 바이오기술 지주회사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이희설(李熙卨)사장은 “기술력이 뛰어난 후발업체와 적극 제휴해 지주회사의 세계 시장 진출을 촉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진국처럼 먼저 규모가 커진 바이오벤처가 바이오산업을 주도하면서 다른 업체에 연구개발 기술과 자금을 공급하는 ‘준(準)벤처캐피탈’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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