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파업없는 은행으로…" 우체국, 외국계銀 수신급증

  • 입력 2000년 7월 5일 18시 22분


금융대란을 예고하는 ‘파업 정국’에서 시중의 돈이 한쪽으로 몰리고 있다. 올 들어 불거진 투신권 불안, 2차 금융기관 구조조정 및 금융기관 파업 등 자금시장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우량 시중은행, 외국계은행, 우체국으로 시중 자금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반면 파업은행 등에선 돈이 빠져나갈 조짐을 보여 이른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금융 전문가들은 “투자자가 시장 정보의 빠른 확산에 따라 시장상황에 워낙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금융기관 경영은 정부의 개입 전에 ‘시장의 힘’으로 심판받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체국으로 몰리는 돈〓우체국 체신예금은 98년말 12조5277억원에서 올 5월말 현재 18조5832억원으로 50% 가까이 급성장했다. 예금보호대상도 아니지만 대출업무를 하지않아 ‘떼일 염려’가 없어 연 7%대 낮은 금리지만 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서울보다는 지방쪽에서 우체국이 안전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몰리는 돈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강종만 박사는 “인터넷 뱅킹 등 첨단 장비보급으로 불투명한 장래에도 불구하고 매우 빠른 성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예금자보호한도가 2000만원으로 줄어든다는 점에서 각 금융기관으로 분산예치하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 실제 일부 신용금고 중에는 2000만원 부분예금보장제의 덕을 단단히 보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별 총수신 증가

  99년말 6월말 증가액
국민 581,003 667,784 86,871
한빛 507,500 522,898 15,398
주택 436,900 500,144 63,244
조흥 353,708 382,979 29,271
하나 365,673 395,746 30,073
신한 313,710 345,284 31,574
한미 201,421 223,984 22,563
서울 167,648 168,612 964
외환 288,061 292,702 4,641
평화 61,106 65,511 4,405

*총수신은 은행계좌과 신탁계정은 합계액 (자료=각 은행, 제일은행 제외)

▽반사이익 얻는 외국계은행〓외국계은행은 그동안 도매금융 위주에서 올들어 소매금융 위주로 확실하게 마케팅 포인트를 바꾸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수신고가 3000억원 가량 줄어들었던 씨티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신고가 증가하기 시작해 올들어서는 6월말 현재 수신고가 4000억원 늘어났다. 이는 국내은행의 구조조정설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구조조정과는 동떨어진 외국계은행으로 고객들이 발을 돌리고 있는 것. 특히 씨티은행과 HSBC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 있어서 연 8.5%라는 최저금리를 들고 나옴으로써 국내 시중은행들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양극화 두드러지는 시중은행〓파업가능성이 높은 3개 공적자금 투입 시중은행에서도 이번주부터 현금인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6월말 퇴직한 전직공무원 한모씨(58)는 “10여년간 모 시중은행에 계좌를 트고 있었으나 이 은행이 이번 파업에 참여키로해 생활자금을 수시로 인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아 아예 우량하기로 소문난 비파업 S은행으로 모든 계좌를 옮겼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유모씨(37)는 “월말 자재대금 결제 등 자금 확보를 쉽게 하기 위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모은행으로 일부 계좌를 옮겨놨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4일 “파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은행들을 중심으로 예금인출이 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예금인출 우려가 높아 각 지점에 알아본 결과 아직까지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으나 예금이 빠져나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흥은행은 “최근 잠재부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은행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는데 또 다시 총파업으로 인해 예금인출이 늘어나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6월말 현재 우량은행과 비우량은행간의 수신 격차는 지난해 연말에 비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한빛과 외환, 평화은행은 4∼6월중 오히려 예금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파업의 후유증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박현진·김승련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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