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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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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외양과는 달리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75년 영화 ‘조스’와 함께 탄생한 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기술의 발전, 영화관과 영화제작편수의 증가 등의 이유로 인해 성공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드는 것은 단순한 공식이 아니라 4차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어렵고 복잡한 일이 돼 버렸다.
우선 지난해에는 4월부터 ‘스타워스 에피소드 1’의 광고가 미국 전역을 휩쓸었으나 올해에는 블록버스터로 주목받을 영화를 선뜻 손꼽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의 어려움을 반증한다. 일부 할리우드 인사들은 올해 제작된 영화의 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영화사들이 대규모 광고를 꺼리고 있다고 말한다.
마케팅만으로 영화를 블록버스터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평범한 영화를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데 선뜻 나서는 영화사가 이제는 없다는 것. 한 영화제작자는 “영화 ‘고질라’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고질라’는 98년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개봉됐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지난해 ‘스타워스’의 홍보전략이 너무나 대대적이었기 때문에 대중이 오히려 대대적인 광고에 싫증을 느끼고 있어서 영화사들이 광고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또한 90년대에 전체적인 영화 관람객의 수가 65%나 늘었으므로 홍보에 지나치게 돈을 쏟아 부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게다가 많은 영화사 중역들은 작년 여름에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 ‘식스 센스’와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가 놀라운 성공을 거뒀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몇몇 중역들은 입소문에 의해 소규모 영화가 블록버스터로 둔갑하는 추세를 타기 위해 자신이 속한 영화사에 일단 광고를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영화 관객들은 예전보다 덜 만화 같은 영화를 접할 수 있다는 이점을 누리고 있다. 물론 모든 영화의 질이 향상된 것은 아니지만 질 높은 영화의 수가 상당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우선 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실베스터 스탤론이 연기했던 것 같은 난폭하고 호전적인 등장인물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노팅 힐’ ‘나와 아이린’ 같은 좀 더 균형 잡힌 영화들이 들어섰다.
따라서 올해에도 좀 더 현실적이고 등장인물 중심적인 서스펜스 영화들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에 바탕을 둔 영화 ‘글래디에이터’가 한 예이다. 러셀 크로우가 주연한 이 영화는 개봉한 지 3주만에 1억2백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성공을 거뒀다. 28일 개봉할 예정인 ‘애국자’ 역시 혁명전쟁의 와중에서 벌어지는 드라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심지어 인기 만화를 각색한 영화 ‘X-맨’조차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초영웅들의 인간적인 면을 더 강조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film/052800blockbusters.html)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